가브리엘
마일리스 도푸레슨 지음, 즬리에뜨 라그랑주 그림, 박선주 옮김 / 바이시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림책 하나를 만났습니다.

별빛이 반짝이는 까만 밤하늘 아래 빨간 자동차에서 내려 다리 밑의 개울을 보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평안해 보입니다. 아마도 아이의 이름이 가브리엘인 것 같아요. 그림책 제목이 [가브리엘]이거든요. 그림책 표지를 넘겨 면지를 보는데 까만 밤하늘 아래 별들이 빛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별빛이 듬성듬성 보이는 것 같네요. 여기는 어디의 밤하늘일까요? 저 역시 지금 제가 있는 곳에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제가 있는 곳에는 별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속상해집니다.


금요일 오후 수업이 끝나면 내 머리는 꽉 차서 터질 것 같다.



가브리엘의 모습이 왠지 제 아이처럼 보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들.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하교 후 방과후 수업에다 피아노, 수영 학원까지 우리 아이의 머리도 꽉 차서 터질 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빨간 자동차를 타고 있는 엄마를 만나기까지 가브리엘은 교문 앞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파리의 북적대는 도시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 저는 파리라고 생각했어요, 가브리엘의 여정에 에펠탑도 보이는 것 같아 보였거든요.) 좁은 골목길에 꽉꽉 찬 자동차들, 도시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니 서울 건물 숲 사이사이 모습들도 연상되었답니다. 머릿속도 일주일치의 일들로 꽉 차 있고 보이는 풍경도 답답한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보이네요. 하늘이 잔뜩 찌푸린 상태로 있으니 말이죠.


나는 머릿속에 아주 작더라도 여유 공간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폭풍의 속의 가브리엘 표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어디인가 기대에 찬 얼굴이 어디 좋은 곳에 가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표정만 보더라도 가브리엘의 머릿속이 점점 여유로워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가브리엘은 어디를 가는 걸까요?


맞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가브리엘의 여정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나 봅니다. 금요일.. 금요일... 왠지 모르게 곱씹게 되네요. 사실 저희는 서울에서 살다가 서울 근교에 보금자리를 잡았답니다. 첫째 아이를 친정에게 맡기고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곳으로 왔는데 어쩌다 보니 저는 일을 그만두었고 두 아이를 전적으로 양육하고 있어요. 이제 서울로 다시 입성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드넓은 공원을 내 집 앞처럼 드나들며 자전거며, 킥보드며, 인라인이며 각종 탈것들을 확 트인 공간에서 자유로이 즐기는 아이들을 보니 이곳은 참 아이 키우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완전 시골은 아니기에 쏟아지는 별빛 구경은 하지 못하지만요.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마냥 이 드넓은 공원을 즐기기가 힘들더군요. 예체능 관련 학원만 겨우 2개 정도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집에서 책육아다, 엄마표 수학이다 영어다 하는 집안의 학습까지 생각해 보면, 제 생각보다 아이는 빡빡한 스케줄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여유를 준다고 주는 그 시간이 어쩌면 아이에게는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브리엘을 보면서 느껴지네요.



고요 속에서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었다.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말이다. 별들의 얘기를 듣고, 숲의 얘기도 들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금요일.
뭔가 특별한 날이어야 할 것 같아요.

가브리엘처럼 한적한 시골, 그리고 차로 두 세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시골 친척도 없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아줄 할아버지도 없지만, 아이의 머릿속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가져야 할 것만 같습니다. 살면서 쉬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자연 속의 고요에서 자연의, 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지금 현실로는 쉽지 않다는 게 아쉽네요. 하지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금요일의 저녁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요. 아이들의 머릿속을 여유롭게 풀어주기 위해,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방법을요.



[가브리엘]의 뒤 면지처럼 수많은 별볓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겠지만 수많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라도 가득 찰 수 있도록 우리만의 금요일 이벤트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림책 [가브리엘]을 보면서 말이지요.




*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