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날개 - 2022 가온빛 추천그림책 포카와 민 시리즈 2
키티 크라우더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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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는 그림책에 도착하면 우선 놔두었다가 나중에 읽어 봅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나중에 혼자 먼저 보려고 해요. 오로지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커피 한 잔과 함께 찬찬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지요. 짧은 그림책이라도 찬찬히 그림과 이야기를 곱씹으며 책장을 넘길 때에만 그 여운이 깊이 남더라고요.



[포카와 민] 그림책도 마찬가지였어요.
받고 난 후, 하루가 지나서, 그리고 커피 한 잔과 함께 [포카와 민]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았습니다. 주인공이 "곤충"이라는 것도 참 흥미롭더군요. 동물이 주인공인 그림책은 많이 보았는데 곤충은 거의 못 보았거든요. 보통 곤충 그림은 거의 논픽션 그림책에서만 보지 않나요? (저만 그랬을 수도 있고요.. 하하하)
그런데 어떤 곤충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잠자리인 것 같긴 한데... 음... 분명하건 나비는 아니었다는 것이었어요.
아무튼 그것만으로도 참 신선하더군요.



[포카와 민] 시리즈 그림책은 포카와 민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입니다. 언뜻 보면 별거 없는 이야기,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같은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무언가가 푹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었습니다.



[포카와 민 - 새로운 날개]를 보고 있자면 피식 웃음을 자아냅니다. 

놀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민, 그만 날개가 떨어지고 맙니다. 

병원에서 날개를 고칠동안 민이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달고 다녀야만 했어요. 

민은 이참에 자신의 날개와는 전혀 다른 날개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훨씬 크고 화려한 날개였지요. 

민이는 과연 그 새로운 날개를 마음에 들어 했을까요? 

(궁금하신 분은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이야기를 통해 저는 포카와 민이 부모와 자식 관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제목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포카와 민]은 한 부모 가정인 것 같아 보입니다. 포카가 자는 침실 장면에서도, 민이 날개가 찢어서 병원에 가는 장면에서도 다른 양육자는 보이지 않거든요.그런데 신기한 건 둘은 분명 부모 자식 관계임이 분명한대도 불구하고 서로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에요.



둘을 보고 있자니 제가 아이들에게 양가의 할머니를 부르게 할 때는 이름을 꼭 붙여서 알려주고 이름으로 부르게 한 일이 생각이 납니다. 사실 그때 당시 저는 단순히 "외"자라는 글자가 싫었답니다. 외할머니도 엄마의 엄마인 똑같은 할머니인데 왜, 바깥 외(外) 자를 붙여서 외할머니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본인의 시간과 체력을 들여 두 아이 어린 시절을 온전히 키워주신 분은 저희 친정 엄마였기 때문에 더더욱 外를 붙여 외할머니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아이들이 입이 트이자마자 저희 친정 엄마는 "GCY 할머니", 시어머니께는 "MHJ 할머니"라고 부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희 아이들은 GCY 할머니, MHJ 할머니라고 양가 할머니를 부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 김춘추



하지만 계속 할머니의 이름을 함께 부르다 보니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의도로 훨씬 좋은 더 느낌이 들더군요.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녀들의 'GCY', 'MHJ'라는 독립적인 인격체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느낌이랄까요? 처음에는 어색해하셨던 저희 엄마와 어머님도 이제는 아이들이 본인들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점을 참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누구의 엄마로 살아오시면서 자신의 이름이 불러진 적이 많이 없으셨다고들 하십니다.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엄마로서의 삶이 나 자신을 위한 삶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일 테지요. 엄마라는 역할을 중심으로 살아오시면서 그녀들의 이름과 원래 가지고 있던 개성이 점점 잊혔었던 것은 아니었던 건지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요즘 저 또한 제 이름이 많이 불러지지 않네요. 그저 MW 엄마, SW 엄마로 불러질 뿐이죠. 생각해 보니 제 이름이 불러지는 경우는 제가 일을 하거나 이것저것 수업을 들을 때인 것 같아요.

결국 KNY이라는 이름으로 NY이의 삶을 살고 있을 때에 제 이름이 가장 많이 불러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현재 제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중요한 역할과 책임이지만, 내 이름 석 자도 자꾸 불러져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포카 역시 그 점을 알기에 민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한 게 아닐까요? 부모와 자식 관계라도 각자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적 인격이 서로 존중 받아야 하니까요.



음...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저에게 NY씨라고 불러보게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ㅎ 아이들은 그냥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질까요?
전 저희 엄마에게 'CY씨'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저희 엄마가 원한다면요!




♣ 책빛 서평단으로 활동하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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