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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난향연 (총11권/완결)
화안산 / 청야 / 2023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사시를 그려놨지.
향란은 전생 귀한집 귀한 딸이었다가 멸문 당한 후 하녀의 딸로 다시 태어난다. 하녀의 딸이라니. 이것부터 난이도가 보통이 아닌 삶이다.
향란의 성격은 초반 적극적이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성격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신분에서 오는 한계를 이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내하고 참고 견디는 성격으로 변모한다. 상황이 그렇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거라 그 선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가 글을 쓰던 도중 종교에 입문하기라도 했는지, 해당 소설은 그저 깨달음을 주고 교훈을 주는 것에만 치우쳐 사이다의 시옷도 나오지 않는 정도가 된다. 초반 부 악역들은 그나마 응보를 받으나, 후반부 악역 (임금루의 친아버지도 악역이 따로 없다) 들은 적당히 살아간다.
임금루 역시 악역이나 다름 없으나 결국 향란의 마음도 얻었고 해로했으니 그가 뭘 잃었는가? 애초에 향란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사람인데.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 형성이 얄팍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서브 남주와의 인연과 감정은 너무 깊은데, 진남주인 임금루는 처음부터 여주가 너무나도 혐오하는 묘사로 시작해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설레는게 아니라 그저 과업처럼 표현되어 이입 할 수가 없다.
임금루를 단순한 남자주인공이 아니라 향란의 인생에 있는 또 하나의 고난으로 해석해야만 말이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향란은 얻어맞고 죽을 위기에 처하며 갇히고 납치 당하고 목숨과 정절의 위협을 수도 없이 겪는다. 주인공을 이 지경으로 수동적인 폭력의 위험에 대놓으니, 읽으면서 조마조마하며 이 기구한 인생에 아낌없는 동정을 퍼붓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신데렐라, 남성 주인공에 의한 구원서사가 유행하던 고리짝 시절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결론적으로 향란이 얻은 것은 '나를 사랑하는 서방' 하나 뿐이다.
그녀의 지위와 풍족함은 모두 임금루에서 비롯된 것으로 소설이 시작되며 처음 염원하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은 가지지 못한다. 때문에 책을 덮으며 느껴지는 씁쓸함이 가중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향란의 인생은 자신의 손아귀에 있지 않았다.
외전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더 커지는데, 가족은 몰살 당했으며 운좋게 살아남았으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은 여성의 자결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것도 친아들의 눈을 통해, 왜 참고 견디지 못했냐며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이쯤에서는 작가에게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단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라고 훈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작가는 능동적으로 적들과 맞서는 '여성'에 대한 분노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악역의 행위를 통해 이를 비판하며, 전혀 싸우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향란을 타인들의 시선을 통해 찬양하고 경모한다.
참다보면 좋은 날이 올것이며 마음을 넓게 가지고 고통을 고통이라고 받아들이지 말라고 세뇌를 하는것과 다르지 않다.
잘쓴 소설이며 문장의 깊이와 각기 상황을 다루는 속도, 그리고 짜임새가 뛰어난 것은 맞지만 소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너무 답답했다. 거기다 그 '교훈'을 쉴새없이 강요하니 읽으며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던 소설이었다. 복습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죽은 뒤에 누명을 벗고 극진한 영예를 얻는 것이나, 십여 년이 넘도록 이어진 아버지의 자책과 진심이 무슨 소용이랴. - P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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