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지지 않고 ㅣ 인생그림책 49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고정순 그림, 권정생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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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그림이 가진 힘'을 새삼 크게 느끼게 해 준 책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난다는 기대만으로 펼쳤지만, 책장을 덮고 난 뒤에는 권정생 작가의 번역과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에 지지 않고'라는 표현은 자연을 이겨 내겠다는 다짐보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을 품어 주는 포근함이 된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힘든 친구를 도와주는 사람", "혼자 있는 친구와 놀아주는 사람", "친절한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가 쓰인 지 거의 백 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의 대답 속에서 미야자와 겐지가 꿈꾸었던 삶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꼈다.

고정순 작가의 그림은 시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책의 그림의 힘'을 느끼게 하는,
시를 읽는 그림책을 넘어 삶의 태도를 함께 이야기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세상의 욕심에 눈멀고 귀멀어 철저히 나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누군가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거창한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힘든 사람의 손을 한 번 잡아 주고,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람.

미야자와 겐지가 꿈꾸었던 사람도,
권정생이 평생 살아내고자 했던 사람도,
어쩌면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차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이들과도, 어른들과도 꼭 한 번 나누어 보고 싶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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