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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위한 자녀교육법
권희려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2월
평점 :
발도르프 교육은 내 자신이 아이의 교사가 되어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0~7세의 아이는 ‘모방’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우는 시기다. 이 시기는 아이의 전체가 ‘눈’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본 것을 그대로 흡수하고 따라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교육에 있어 아이를 혼내기 전에 그들의 모방 대상인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행동 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해당된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대할 때 갖는 마음가짐도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모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나 교사는 자신이 아이의 본보기라는 생각으로 태도나 마음가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수의사로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들을 치료하다가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육아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감당하기 힘든 육아에 지쳐 처한 상황을 원망하기도 하고 한없이 예쁜 아이들을 본인의 자유를 빼앗아간 존재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랬던 그녀가 슈타이너 박사의 발도르프 교육을 접하고 육아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수많은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서로 상충되는 내용의 책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 그녀는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알게 된다. 그것은 그녀에게 한줄기 빛처럼 육아에 대한 길을 알려 준다. 내가 아이를 어떻게 훈계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했었는데 발도르프 교육은 내 자신이 교사고 본보기가 되라고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변하기 시작했다. 힘들면 짜증내고 행동도 조심스럽지 못했던 그녀가 아이들이 자신을 모방하고 그대로 흡수한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마음가짐을 바꾸고, 행동도 조심스럽게 하고, 좀더 즐겁게 살고자 노력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컸으면 하는 방식을 그녀 스스로 실천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육아가 힘든 것이 아닌 내 자신에 대한 수행도 되고 더 즐겁게 되었다.
한 예로 이전에는 아이를 엄마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첫째를 36개월까지 돌본 후 어린이집에 보냈다면, 둘째는 돌이 채 되기 전에 보낸 것이다. 그 이유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엄마나 아이에게 더 좋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또한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아이를 하나의 존재로 각자 타고난 것이 다름을 강조하며,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중점을 두도록 한다. 그렇기에 굳이 부모가 개입하여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자라게 되고 아이가 타고 난 잠재력도 같이 성장하게 된다. 이 철학 역시 부모가 아이를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하고 어디 학원을 보내야 하는 등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발도르프 교육은 ‘놀이’를 강조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능동성, 자발성, 책임감 등을 배우고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결정 능력과 창조성을 키운다. 즐겁게 놀이를 하지만 그 안에서 향후 삶에 필요한 수많은 능력들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놀이 시간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발도르프 교육 철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지 않는다. 본인이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을 크게 혼낼 일도 없다. 아이의 잘못에서 내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므로 본인이 힘든데 억지로 하는 육아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리고 놀이의 중요성을 알기에 아이에게 자유로운 놀이 시간을 부여한다. 옆집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닌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된다.
저자는 발도르프 교육을 통해 육아에 대해 자유로워지고 더 기쁜 육아를 하고 있다. 발도르프를 알게 된다고 힘든 육아가 갑자기 쉬워지는건 아니겠지만, 생각의 전환을 통해 육아에 대한 여러 걱정거리가 줄게 되는건 사실이다. 아무쪼록 힘든 육아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받고 조금이나마 육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