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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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오 해피데이는 해학적인 소녀의 미소에서처럼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별할것 없는 일상을, 특별할 것 없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많지도 않은 딱 여섯개의 에피소드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오 해피데이~~  

잔잔한 감흥이 오랜 여운으로 남겨지는 일본 작가가 썼다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목차별로 이야기를 간추려 볼까?  

1. 서니데이 - 마흔두살 중년의 노리코. 무료한 일상에 어느날 '옥션'이 찾아든다.  옥션은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 팔 중고 물품을 올려놓고 떨리는 가슴으로 구매자를 기다리는 노리코.. 구매자가 칭찬을 보내오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게 된다.  옥션은 그녀에게 삶의 활력이 되고 점점 옥션 중독에 빠지게 되는 그녀... 남편의 애장품들에게까지 손을 뻗게 되고 급기야 동생을 통해 다시 사들이기까지 그 기세가 멈출줄 모르게 되는데 살림과 육아에만 한정되어 있던 중년의 여자에게 '옥션'이 주는 활력과 신선함이 그녀를 생기있게 만든다.  사람은 어찌 되었든 소통이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2. 우리집에 놀러오렴 - 서른여덟의 평범한 영업사원 마사하루는 아내 히토미와 별거에 들어간다. 아내가 나가면서 집안의 가구들을 거의 가져가 버리고 마사하루는 아내가 없는 허전함 보단  자신의 집이 텅빈 느낌이 싫어 손수 가구, 가전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한다. 남자가 할일이 아니라고 여겼던 쇼핑이 색다른 기쁨으로 다가오고 총각때부터 꿈꿔왔던 자신만의 방을 꾸며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날부터 직장동료들이 그의 집으로 오기시작하면서 남자들만의 로망이 이루어지고 그들의 은신처가 된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퇴근후의 시간을 즐기는 그들.  그러나 동료의 아내가 오해를 하게 되면서 마사하루는 오랜만에 아내 히토미를 생각하게 되고 첨으로 아내게에 전화를 걸게 된다.   결혼을 하면 부부공간, 아이들 공간, 아내의 공간은 있으나 남자의 아빠의 공간을 따로 마련하긴 쉽지 않다. 마사하루의 변신을 보면서 우리네 중년남자들도 어쩜 자신만의 방을 갖고 싶은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3. 그레이프프루트괴물 - 서른 아홉 중년의 히로코는 집에서 부업을 한다.  남편의 월급이 적어서라기 보단 남아도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방법이다.  어느날 부업을 알선해주는 영업사원 구리하라가 집으로 방문하면서 히로코의 성적인 상상이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그럭저럭 무탈하게 사는 일상에서 젊은 영업사원 구리하라는 딱히 매력도 없으면서 가정주부인 히로코에게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한데... 그녀의 꿈속으로 그레이프프루트괴물로 둔갑해 그녀의 성적인 상상을 이백퍼센트 채워주고 가고... 히로코는 점점 구리하라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되는데... 히로코의 약간은 허황되고 자극적인 성적인 꿈에 매료되고 말았다.  오랜 독신자나 남자가 그리운 여자나 따분한 중년의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그런 유쾌한 상상... 이 단편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다.  

4. 여기가 청산 - 14년간 근무한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해 실직자가 된 서른여섯의 유스케는 그날로 집으로 들어와 전업주부가 된다.  다행인지 그의 아내가 바로 취업이 되고 유스케는 서툴지만 주부의 생활을 시작하고 점점 재미가 들어간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 심지어 부모 조차 유스케와 아내 아쓰코를 동정의 시선으로 보고 부부는 그럼에도 각자의 생활에 점점 만족해간다.   유스케는 매일의 식사준비에 정성을 쏟고 그것에서 행복감을 맛본다. 아들 사토를 유치원버스에 태우는 일, 식사준비를 하는일, 집안청소를 하는일 모두가 그에겐 새로운 삶의 활력이 되어가는데 주변에선 그런 그를 가만히 두지만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전업주부의 길을 갈지 알 수 없으나 오늘도 유스케는 기꺼이 주부 역할을 해낸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남과 조금 다른 삶을 산다고 색안경을 낄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5. 남편과 커튼 -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지만 나름 영업엔 유능한 남편 에이치와 일러스트레이터 하루요 부부의 이야기.  에이치는 하루요와 상의 한마디 없이 신축아파트 주변에 커튼가게를 차려버리고 하루요는 어찌 된 일인지 더욱 영감을 받아 일러스트를 잘 그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요에게 스쳐가는 단상 하나.  에이치가 일을 벌일 때마다 그녀의 일러스트가 빛을 발한다?! ... 위기상황에 대한 본능이 살아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예술가들에겐 영감이란게 있으니까... 

6. 아내와 현미밥 - 마흔 두살의 소설가 야쓰오... 유명문학상을 수상하고 베스트 셀러 작가반열에 오르자 그의 통장잔고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와 더불어 아내 사토미는 로하스(유기농, 자연친화적)식품에 열을 올리게 되고 현미밥과 야채위주의 식단만이 오른다.  또 아내와 어울리는 주변인물들에게 내심 반발심을 가지게 되는 야쓰오.  원래 기질 자체가 반골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고 자위를 하지만 결국 그는 잡지사에 낼 단편에 로하스에 대한 풍자 소설을 쓰게 되고 우연히 이 소설을 읽게 된 사토미의 반격이 가해진다.  소심한 야쓰오...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게 되면서 다시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지만 과연 로하스가 뭘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잘먹구 잘사는 법. 소식, 유기농...  주부인지라 관심을 가지만 너무 깊게는 파고들지 않으련다.  사토미처럼 되고 싶진 않으니까... 무엇이든 마음가는데로.. 

PS 오랜만이다. 책을 읽고 이런 행복감을 느껴보긴...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여운으로 남는 책!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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