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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가족 ㅣ 문학의 즐거움 58
명은숙 지음, 한아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6월
평점 :
https://blog.naver.com/gustn3377/222040028987
<천 원짜리 가족>은 길지 않은 10편의 단편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었다. 마치 아이들이 이야기해주듯 상상력이 들어간 내용들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문제들을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도록 보여주었다.
인형이 가족을 만들어 달라고 속삭이거나 갑자기 버스에서 늑대가 내 뒤를 쫓아오거나, 편지의 내용이 점점 사실이 되어 가는 것 같은 악마의 편지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낼만한 소재들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로 연결함으로 아이들의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또 단편의 장점은 꼭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호흡이 긴 이야기를 읽으라고 한다면, 조금 읽다가 질려 책 읽기를 그만 둘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편은 읽는데 10-15분이면 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에 책 읽기 초심자인 아이들에게 좋은 책 읽기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가 무겁거나 진지한 것도 아니었기에, 꼭 이야기 안의 메세지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재미를 느끼며 읽기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늑대는 달빛을 받으며 변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어깨를 벌리고, 잔뜩 웅크렸던 날카로운 발톱을 펼치고, 나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유진이의 엄마는 걱정이 많았다. 학교가 끝나고 엄마가 퇴근하는 늦은 밤까지 유진이 혼자 집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유진이는 자기 집과 3정거장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연지네 집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 그날도 연지네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늑대가 바로 뒤에 앉아 있었다.
10개의 단편 중 하나인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성범죄자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사회적 문제와 성범죄자에 대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두려움에 떨며 돌아다녀야 하는 사회라는 점이 참 씁쓸해지는 한 편이었다.
아이들에게 조심을 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시되어야 하는 건 사회적 시스템이 아닐까.
"이게 다 엄마가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엄마가 매를 번쩍 치켜들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때마다 내 몸엔 무늬가 생긴다.
...
나는 가끔 생각한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만 사랑하면 좋겠다고.
아이는 숨바꼭질 중이다. 술래는 바로 엄마.
10개의 단편 중 하나인 '숨바꼭질'은 아동학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들킬까 조심조심하고 아빠는 관심이 없다. 아이가 배가 너무 고파서 방문을 열자 숨바꼭질에서 들킨 아이는 엄마에게 매질을 당하고 만다. 이 편은 10편의 이야기들 중 가장 마음이 아픈 이야기였다. 제3자의 시선에서 설명해 주는 것보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해주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가족 간의 일어나는 일, 연인 간의 일어나는 일 등에 사람들은 무관심하려고 한다. 그냥 훈육을 하는 거다, 애정싸움이다 등으로 치부되고 만다. 하지만 누군가 조그마한 관심을 가진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은 누굴 돕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된다며 꺼리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영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