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음이 배바빠 아침도 덤비어 치이기는 하였으나 쓸데도 없는 호의에 걸음만이 더디다. 백 번 생각해도 그것은 실행할 일이 아닌 것을......
진고개 너머 어떤 일본 집에 수숙 없이 제 집처럼 들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정식 수숙을 밟아 내어쫓고 들어가게 해준다고 부디 오늘 오정 안으로 만나자는 친구가 있다. 집이 없어 한지에서 겨울을 날 생각을 하면 마음이 으슬하다가도 그러니 있는 사람을 내어쫓고 들다니 생각을 하면 내어쫓긴 사람이 역시 자기와 같은 운명에 놓여질 것이 아니 근심일 수 없다. 자기도 처음 서울에 짐을 푼 한지가 아니었다. 푸진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일본집 다다미방 한 칸이 베불어지는 호의를 힘입어 겨울을 나게 되었음은 다행이었다 할까. 해준도 채 못미처 수숙이 없다 나가라 하여 쫓겨난 이후로 이래 아홉 달을 한지에서 산다. 남을 한지로 몰아내고 그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눈을 감을 염치가 없다. 이런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다.
- 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