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리 또한 그 봉우리를 헤어 넘지 못하고 중턱에 맞고는저르릉 골 안을 쓸데도 없이 울리며 되돌아와 맞는 산울림이 켠 아래서 낙엽 긁기에 배바쁜 어머니의 가슴만을 놀래 놓는다.
별안간의 지랄 소리에 어머니는 흠칠 놀라고 갈퀴를 꽁무니 뒤로 감추며 주위를 둘러 살핀다. 소리의 주인공을 찾는 모양이다.
어머니의 귀에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큰 소리가 총소리보다도 더 무섭게 들린다. 집이라고 가마니 한 겹으로 겨우 둘러싼 산경의 단칸 초막, 날은 추워 온다. 겨울 준비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산등성이에 자연히 자라난 풀도 금단의 영역에 속한다. 풀이 없으면 눈비의 사태질이 산밑의 집들을 위협하는 줄을 모르느냐는 핏줄 서린 눈알이 엄한 호령과 같이 군다. 가슴이 뜨끔거리는 낙엽 긁기다. 위로와 도움은 못 드릴망정 부질없는 고함 소리로 어머니를 놀래었다. 자기인 줄을 알려야 할 텐데......어서 알리고 싶어 몸짓을 하여 목을 내빼어 보나 어머니가 그 형용을 알아줄 리 없다. 눈을 둘러 주다가 자기의 그림자를 산상에서 찾고는 긁어 모은 낙엽도 모르는 채 그대로 버리고 슬며시 돌아선다. 필시 자기를 아침마다 호령하는 그 눈 붉은 사나이로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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