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심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또 싱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불거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무 먹어서 그런 걸 모르고 냇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여 심곤 조금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모를 심다 말고 배를 쓰다듬으면서도그대로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던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털썩 주저앉았다. 일이 암만 바빠도 내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대며 장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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