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의 얼굴 - 조선왕조의 건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서강학술총서 15
정두희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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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초기 정치사 분야의 최고 대가 중 한 사람인 고 정두희 선생의, 돌이켜보면 생전 마지막 출판이 된 책입니다. (2013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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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희 선생이 몰두한  정치-제도사 연구란게 그렇습니다. 경제사나 이런 분야처럼 명료한 "구조화"같은게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확실한 "론"으로 대표되는 아젠다 제시가 힘든 반면에, (선생 수준의 대가가 된다면) 비교적 생각들의 자유도가 보장되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그 기풍대로인지는 몰라도 정말 많은 연구저작이 남아있고 꽤 많은 대중서들도 썼고 "이쪽 연구는 이렇게 가야한다" 식의 시론도 상당히 많이 남겼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 책도 그 형편에서 쓰여진 글들의 일부입니다.


우선 비판적인 측면부터 말해보겠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글들이 깔끔하게 일관성이 좀 없습니다. 이 글들이 왜 한개의 책으로 엮어졌는지 "조선 초기 정치사"라는 키워드를 제외하고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두희 선생의 여타 다른 책들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조선 초기를 어떻게 보면 좋겠다는 말이냐" 하면 대답이 좀 알쏭달쏭. 애매모호 합니다. 


그럼에도, 정두희 선생이 제시한 "문제제기"들은 아직도 대부분 해결이 안 된것들 투성이입니다. 이를테면 고려-조선 왕조교체의 연속과 단절의 이중적인 속성들은, 선생이 이미 그 심각한 아이러니를 평론적으로 쓴 이래로 지금까지도 아직 채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정두희 선생 대 이래로 얼마나 지금 해당 분야가 발전되었는지는 저도 회의적입니다. 


그 의미에서 선생의 글들은 꽤 오래된 것까지도 대부분 지금까지 유효합니다. 선생의 글들은 대부분 미완성인 경우가 태반이지만, 미완성이기에 지금까지도 읽힐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또한 그 성질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글들입니다. 그 의미에서 글들을 읽어보면 지금도 마음이 늘 무겁고 책임도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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