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인문하다 - 문학과 철학으로 읽는 그들의 노래, 우리의 마음
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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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판 때 주문해서 지난주에 받고,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며칠만에 게걸스레 다 읽었다... 이거 진짜 최근에 본 책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걸??? 진짜 잘 읽히고, 쉽고, 쉬우면서도 들어 있는 것들이 많고, 그러면서도 재밌게 술술 넘어간다...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46곡의 가사가 전문 인용되어 있고(출판사에 따르면, 음악저작권협회에 비용을 납부했다고...), 그 가사 하나하나를 훑어보며, 모르던 곡들은 유튜브에서 한번쯤 찾아도 보고, 저자의 생각을 쏙쏙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도 아이돌이라고 조금은 무시하는 감정이 있었는데, 저자 박지원의 글을 보곤 그런 생각이 좀 부끄러워지긴 했다...


책은 총 마흔 여섯 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12개 챕터들은 정말 맛깔스럽게 읽힌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서 시작되는 여러 꼭지들이 어찌나 빠르게 읽히던지... 하룻밤만에 다 읽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아이돌 노래로,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 아냐?'라고 비판할 요소는 있다. 후크송은 후크송일 뿐이니까. 그래도 그 후크송에서 무언가 생각해볼만한 거릴 찾아내는 저자의 열정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만드느라 엄청 고생했을 것 같고, 그래도 벌써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좀 많이 팔리려나...


아이돌 노래들을 분석하는 책들은 이미 많고, 또 시장이 크니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이 책은 정말 특별하다. 오래 읽힐 책이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지르라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특히 문학/철학의 어려운 책들을 처음 입문하려는 독자들은 꼭!

그러므로, 구원은 용기입니다. 저 오랜 시간의 먼지 쌓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우리의 육체와 감정만 덧없는 것이 아닙니다. 앙코르와트의 벽도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사랑만이 남습니다. 세상과 시간의 흐름 속에 스며든 사랑이 아니라, 때로는 세상을 힘차게 거부하고 떨쳐낼 수 있는 단단하고 강인한 사랑만이.

어느 순간, 인간은 <Whalien 52>의 고래처럼 외로워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고독을 버텨낸 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자신과 주파수를 맞춰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존재가 없다면, 우리는 모두 에이해브처럼 망가져버리고 말 거예요. 자신의 주파수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하는 순간, 우리는 저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를 견딜 수 있습니다. <Whalien 52>란 곡이 우리에게 애틋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외로움은, 나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저 멀리서 나를 기다려 주고, 나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에 대한.

내게 온기가 남아있다면, 나는 다른 이들에게 잠시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내가 차가워졌다면 그때 주위에서 따스한 기운을 전달받으면 그만입니다. 우린 그렇게 서로서로 온기를 주고받은 뒤 재를 남기고 조용히 사라져갈 존재들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소박한 우리네 운명이자 자연의 순리입니다.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 가장 어울리는 표정은, 그런 순간 서로와 싱긋 주고받는 가볍고 예쁜 미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생명력을 움츠러들게 만들 권리가 없습니다. 타인은 가당치도 않고, 심지어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주 잊어버리는 게 문제일 뿐이죠,) 그런 면에서 <Not Today>에서 노래하는 용기는 나르시시즘의 가장 순수한 표출과도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내보이고, 그 어떤 순간에서도 자기에 대한 배려를 포기하지 않는 자기애의 감정은 이 순간 절대적으로 중요해집니다. 나는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수줍고 착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나의 정당한 욕망 앞에서 결코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평생 치열하게 자신을 절제하는 금욕의 삶을 선언했어도, 그들 가슴 깊숙한 곳에는 은밀하고 찬란한 유혹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무엇인가를 갖지 못한 사람이, 그 무언가의 아름다움을 더 깊고 그윽하게 인식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구원으로 영생을 누리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들 내면의 드라마는 지금도 장엄하게 남아서 우리들을 끝없이 경탄하게 만듭니다.

워너원의 <Never>는 슬픈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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