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세청에 들어간 지 만 1년째 되던 해 봄, 아버지는 목을 매 자살하고 말았다. 업무 중에 배운 회계와 법률 지식을 얄궂게도 아버지의 건축회사를 정리하면서 써먹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나에게 남긴 유서에는 그저 ‘가족을 부탁한다’라는 말뿐이어서 자살의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평생 고생스럽게 살았는데도 그 끝이 보이지 않자 그만 좌절한 것은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아버지는 성실한 노력가였다. 매일 필사적으로 일하고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아 한때는 성공했지만 그 성공은 무너져 내리기 쉬운 모래성이나 다름없었다.아버지는 스페셜리스트로서 멋진 집을 지었을지는 모르지만 경영자로서는 빈틈이 많았기 때문에 운이 더 이상 따르지 않자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부모님이 조금 더 경영 지식을 갖췄다면······.’‘나는 아버지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이제 아버지를 도울 수는 없다. 다만 지금도 회사를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중소기업의 경영자들, 그리고 비즈니스의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고민을 하는 젊은 사원들에게 힘이 될 수는 있다.내가 아버지처럼 경영자가 된 것은 월급쟁이가 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길을 가는 것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경영이나 회계의 기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을 막고 싶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내 일이 누군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마무리하는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