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안전하다
앞장 서지 마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적당히 스며들어라.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말고 그저 중간에 서라.
드러나지않게 무리 속에 섞여서....
그리하면,
너는 안전하다.
벽을 쳐라.
사면을 콘크리트로 견고히 쌓아올리고
누구도 넘어올 수 없게 높다란 울타리를 쳐라.
창문은 작을수록 좋다.
그저 작은 구멍하나면 족하다.
누구도 널 들여다 볼 수 없어야한다.
그러나 너는 늘 바깥세상을, 미지의 침입자들을 살펴라.
절대 경계를 늦추지 말길....
그리하면,
너는 안전하다.
믿지마라.
친절한 웃음도,
다정한 인사도,
이유없이 베푸는 친절도,
세상에 공짜는 없나니, 모두 거짓이다.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아라.
다가오면 한 발짝 물러나 살피고, 또 살피기를...
그리하면,
너는 안전하다.
‘ 척 ’ 해라.
있는 척, 없는 척,
아는 척, 모른 척,
잘난 척, 못난 척,
센 척, 약한 척...
그 중에 제일은 강한 척이다.
눈에 힘을 주고, 입으로는 거친 말을 내뱉으며
그들이 너의 약함을 눈치챘다 싶을 땐 선빵을 날려라!
세상은 자고로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다.
어떻게 해서든 생존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길...
그리하면,
너는 안전하다.
이제 괜찮다, 아이야.
넌 안전하단다.
......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
그건
.
.
.
.
.
.
어른 말씀이기 때문이지.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단다.
그러니까....
무조건 믿어라! 무조건!
너는 안전하다. 완벽하게!
2014. 6월.
세월호 참사 73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