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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하다 -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넷플릭스 ㅣ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5
문성길 지음 / 스리체어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우선, ‘지금’ 가장 핫한 이슈들 중 하나에 대해, 다각적이고 깊이감이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책을 오랜만에 만난 느낌을 받았다. 책의 제목, 표지 디자인, 크기와 내용 구성면에서도.
20여 년 전 대학시절, 전공과목 교수님이 권하신 책, 네그로폰테의 <Being Digital>을 접했을 때의 인상과도 비슷한 듯하다. 1995년 대학 본고사 논술 문제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일 정도로, 당시는 이제 막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분위기였고, 대학을 졸업할 즈음인 2000년도에는 냅스터나 소리바다 같은 P2P사이트를 통한 음원 공유서비스가 등장해 이후 몇 년의 시간을 거쳐 음반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같은 현상이 15여년을 지나 현재 영상미디어사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미 예견된 일이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가령 <옥자>사건(?)을 통해 드러난- 시장의 반응은 당혹감과 배타적 힘겨루기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해서 변화를 먼저 시도하는 기업과 기존의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 간의 마찰은 비즈니스 현장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 같다. 틈새시장의 개발 혹은 새로운 서비스와 혁신적 아이디어로 판을 뒤흔드는 기업은, (이 책에서 사용한 표현을 인용하자면) ‘극단적으로’ 소비자 편의주의혹은 소비자 중심적 시각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경향이 크므로,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소비자로서 -현장은 얼마나 살벌할지 몰라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이 책 <넷플릭스하다>는 미디어 업계에 몰아친 돌풍의 핵인 넷플릭스의 태생적 특이성부터, 기존 미디어 비즈니스 루틴에 어떤 반전을 시도함으로써 해당 분야에서의 판세를 바꾸었는지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과거의 서비스들이 채널의 희소성을 근거로 공급업자들이 벽을 세우고 서비스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넷플릭스는 기존의 업자들이 세운 그들 편의의 룰(관행)을 다 깨뜨리는 방식으로 -가령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소, 디바이스부터 스트리밍 속도와 화질, 메뉴까지. 모두 소비자가 스스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오픈API정책, N스크린, TV-everywhere,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큐레이션 등 76페이지에 인용된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가 정의한 ‘제4차 산업혁명을 가능케 하는 으뜸 정신’인 ‘개방’, ‘공유’, ‘참여’의 사상을 넷플릭스가 어떤 방식의 기술과 서비스마인드로 실행에 옮겼는지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배급 뿐 아니라, 해당 플랫폼이 그 영향력을 보다 지속적이고 근원적으로 확장 할 수 있는 핵심인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제작방식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는, 얼마 전 읽은 <자동차의 미래권력>이라는 책에서,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구글이 그간의 사업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형 자동차(전기자동차, 전자동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이슈가 떠올랐는데, 그러고 보니 구글 역시 ‘구글링하다’라는 신조어(현재는 더 이상 새롭지 않게 통용되는)를 보유한 곳이라는 생각에 이르러 꽤나 흥미로웠다.
책에서는 넷플릭스의 2016년 국내 진출이후의 양상도 살펴보고 있다. 독특한 국내 방송 이용 요금제나 불법다운로드가 만연한 환경 속에서 은근하게 진행되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현지화 전략이 향후 1~2년 내에 어떤 결과를 엮어낼지, 그리고 국내 미디어기업들이 경쟁력을 지속하거나 혹은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살펴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인 영상 크리에이터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넷플릭스의 글로벌 배급전략 부분에 관심이 갔고, 이런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책-출판사-서점 업계에는 언제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물론, 이미 컨텐츠 면에서는 E-book, 디바이스 쪽으로는 플렉서블 테블릿 등 여러 방식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넷플리스당했다’는 정도의 충격은 아닌 듯해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은 뒤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