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김웅현) - 말이 통하면 여행의 품격이 달라진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김웅현 지음 / 길벗이지톡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더위가 지나가면 일본으로 책방투어를 떠날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두었다. 도쿄는 2007년 여름에 다녀온 이후 이번에 가면 딱 10년만. 당시에는 간헐적이나마 계속 일본어를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말도 거의 못 하고 글을 잘 읽지도 못했지만 - 학원 수강료로 뻔뻔함을 구매했다고나 할까 - 별로 걱정이 없었다. 어딘가를 꼭 가야한다거나 꼭 봐야 한다는 계획을 빡빡하게 세운 것도 아니어서 길을 잃어도 만사태평. 한 덩치 하는 남동생과 동행해서 마음이 든든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 하는 여행이다. 10년 동안 나이만 먹은 줄 알았는데, 히라가나도 헷갈릴 정도로 일본어를 다 까먹어버렸네. 여행사를 통하지 않으니 숙소도 직접 예약해야 하고 가야할 곳이 리스트 한 가득이니 길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물어 찾아 가야 한다.

누가 나 좀 도와줘라... 하는데, 길벗이 무작정 따라만 하란다.

무작정 따라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단순히 언어에 초점이 맞춰 있는 게 아니라 여행에 초점을 맞춰, 출입국 과정에서의 가이드나 도움이 되는 앱 소개로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생존표현과 각종 기초 단위들이 정리되어 있고,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마주하게되는 모든 예상가능한 상황들에서 필요한 표현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데, 뭔가 무작정 따라하라고 해서 읽어보고는 있는데 너무 대책 없이 막무가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어표지판들의 발음은 병기가 안되어 있다는 점은, 그래, 그냥 표지를 보고 이해만 하면 되니까 싶어 넘어갔지만, 각 상황에서의 핵심 문장들은 한국어-일본어 문장-한국어로 표시된 일본어 발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일본어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느 발음이 무슨 단어인지 연결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요한 상황의 문장을 찾아서 한국어로 적혀있는 일본어 발음을 따라한다 쳐도 어느 부분이 어떤 내용에 해당되는 부분인지 모르니까 끊어읽기도 애매하고 외운다는 건 더 힘들겠다 싶었다. 몇번 하다가 포기할 것 같은 기분.

발음은 또 어떡할 것인지. 악기의 소리를 글로 배우는 것같은 느낌?

이상하다. 길벗의 무따기가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는데... 하고 책 앞뒤 정보란이며 표지며 다시 봤더니,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행에 가져가서 보는 책과 여행 가기 전 미리 봐두는 책으로, 분권이 가능하다.

내가 읽은 부분인 앞쪽에 제본되어 있는 책은 ‘여행에 가서 보는 책’이었다. 제본순서를 왜 이렇게 해두었을까. 하긴 어차피 분권을 한다면 제본 순서가 어떻든 상관이 없어지기도 하다.
여튼 실전에서 사용할 때는 문법적 구조고 뭐고 간에 당장 한마디 써야 하니까 이런 식으로 간략하게 필요한 부분만 정리되어 있나보다. ‘가서보는 책’ 맨 뒷부분에는 핵심문장 인덱스가 있어서 더 빨리 내가 원하는 표현을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한 파트인 ‘미리보는 책’은, 앞서 아쉽게 여겨졌던 부분인 일본어 문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적인 표현 패턴형태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 원하는 상황으로 바꿔서 대입해볼 수 있다. 그리고 여행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일련의 가상 대화를 제시함으로써, 막상 특정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무엇부터 물어야할지 어떤 식으로 대답이 나올지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또한 길벗 사이트에서 무료 mp3까지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 있어, 한국어로 적혀있는 일본어 발음이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발음되고 들리는지 확인해볼 수가 있다.

길벗의 여행가이드들에 비해선 작은 사이즈이긴 하지만, 외투 주머니나 가방 앞주머니에 꽂고 다닐 수 있게 포켓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께는 얇아서 부담 없긴 하지만. 이 책의 라이벌은 결국 파파고 같은 스마트폰 번역앱일 테니까. 앱보다는 정확성 면에서 훨씬 더 믿음이 가지만, 휴대성이나 가독성이 조금 아쉽다. 미리보는 책 부분은 상관 없는데, 가서보는 책 부분은 좀더 색인이 뚜렷하고 편집이 컴팩트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벗 무작정따라하기 시리즈 중 여행관련 책들은 모두 밝은 노란색 표지를 하고 있는데, 출발 전의 설렘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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