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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젖은 옷처럼 달라붙어 있을 때 - 트라우마를 가진 당신을 위한 회복과 치유의 심리에세이
박성미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불안이 젖은 옷처럼 달라붙어 있을 때>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이다.
심리학 이론을 설명하는 딱딱한 책은 아니고,
과거의 상처를 가진 작가의 경험과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어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책이다.
작가 박성미는
문화심리연구자이자 문학치료학자이다.
어릴 때의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지다 보니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이 모든 과정은
작가 본인의 치유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불안의 고통 속에 힘겹게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지긋지긋한 고통을 벗어나려면
조금은 모순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고통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
나를 집어삼키는 유령이라고 표현한
불안과 우울의 고통을 떼어내기 위해
작가는 철저한 자기분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책은 총 4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파트의 구분은 나에게 큰 의미는 없었다.
이미 작가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에 압도되었고,
그 과정에서
관찰자와 분석자의 시선을 놓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기분석은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차분하게 생각한다... 자기 객관화를 한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지만
내 상처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다면
이미 치유와 성장은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불안, 공포 등의 감정은
오로지 나 혼자 겪어야 하는 고독한 경험이지만,
우선 나를 힘들게 하는 고통을 제대로 알고,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간다면
분명 이전보다는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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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가 자신에 대해 표현했던 '무임승차자'의 불안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나 혼자 티켓 없이, 지정 좌석도 없이
삶이라는 열차에 위태롭게 탑승해있는데,
그 감정을 열차 내 누구와도 얘기할 수가 없다.
나는 무임 승차자니깐, 들키면 안 되니깐...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실패하더라도 또 한 번.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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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불안한 그 순간의 감정선에 따라가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루기 위해서는
명상을 통해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도 방법이지만,
특히 작가가 추천하는 것은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이다.
부록으로 첨부된 작가의 논문의 주제도 이것인데,
우리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글을 쓰면서
고통을 받아들이게 되고
나아가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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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를 괴롭히는 것 중
몇 개나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일까.
내 인생 전체를 길게 펼쳐놓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현재 나를 괴롭히는 것 중에
진짜 가치가 있는 것은 별로 없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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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불안과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내 트라우마가 작가와 비슷한 고통이라면
무한한 위로를 받고 방법을 얻을 수 있으며,
작가에 못 미치는 고통이라면
다행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도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게 해주는 신기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