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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 그리움을 담은 이북 음식 50가지
위영금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평점 :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며,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나도 어릴 때 살았던 집에 대해서는
점점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반면
집주변에서 자주 가서 먹던 떡볶이, 팥빙수 등은
그 맛이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면서
고향의 맛을 찾아다니나 보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는
그리움을 담은 이북 음식 50가지를 매개로 하여
음식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함경도가 고향인 작가 위영금은
탈북하여 2006년에 대한민국에 왔다.
이후 북한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며,
봉사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작가는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이제는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허기짐이 있었다고 말한다.
추억으로 선명하게 남아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작가에게 아프지만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밥 한 끼가 고달픈 이들에게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음식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요리법에 치우쳐진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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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지나가는 말로 인사치레한 것일지 모른다.
나는 밥을 먹겠다고 고향을 떠났고,
밥을 먹겠다고 얼마나 비굴했는지 모른다.
밥을 먹지 못해 가족을 잃었고,
밥을 얻으려 별일을 다 한다.
밥은 곧 생명이고, 하늘이고, 신이다.
밥솥을 열면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쌀밥이 있다.
지금의 삶에서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나는 쌀밥을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
이것을 먹으려 얼마나 험한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가.
밥 한술이 없어 먼저 간 사람들에 비하면 성공한 삶이다.
반찬이 없어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흰밥이 있으면
간장만 넣고 비벼 먹어도 좋다.
뜨거운 밥을 그냥 삼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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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0가지의 북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북한의 다양한 식문화와 사회 변화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중간중간 김소월, 백석 등의 시도 등장한다.
또한 간단하게 음식 만드는 방법도 적혀 있어
북한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각 파트마다 음식에 얽힌 작가의 경험담을 읽을 때는
밥이라는 것이
꼭 맛으로 먹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을 때의 내 감정과 상황, 분위기 등이 어우러져
기억 속에 그 음식이 각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잊고 있던 고향 음식의 맛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꼭 북한이라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과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