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었습니다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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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잠든 밤. 기어코 이불 밖으로 기어나와 낮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요시타케 신스케 [아빠가 되었습니다만,]

엄마 껌딱지 두 아들을 키우며 독박육아 참 서럽다고 했던 날이 언제던가. 한땐 치열하게 불만의 끝을 달리며 뾰족뾰족 일상의 연속이었는데. 작가의 일러스트 에세이 보며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이젠 좀 여유가 생긴 걸까.

천재그림책작가답게 위트와 센스, 유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참 열심히 육아에 참여한 열혈아빠 인정. 나 힘들다 버겁다 짜증만 냈지 사실 아빠가 외로운 건 잘 몰랐다. 아니, 알았더라도 거기까지 보듬어주기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웠던 일...


* 책 속에서 *

05 어른의 세계
어른이 되고, 또 아빠가 되고 나서 가장 놀라는 건,
주위 사람들의 생활이 상상 이상으로 제각각이라는 것.

사람 수만큼 평범한 일상이 있고, 현실이 있고, 이뤄지지 않은 희망이 있다. 그리고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자기만의 깨달음과 기쁨도.

10 짐문제
어쩌다 휴일, 외출이 마냥 즐거운 아빠는 달랑 아기만 안고 나가려다 한 소리를 듣고 만다.
아내 "아직 하나도 준비 안 됐거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잖아?"
아빠의 '조금만'과 엄마의 '조금만'은 다르다.

14 꽁냥꽁냥하고 싶다
꽁냥꽁냥 놀고 있는 엄마와 아기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두 개의 눈동자.
가차 없이 거부당하고, 아빠의 외로운 밤은 계속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엄마가 지혜로운 거절법 레퍼토리를 늘리는 게 매우 중요할지도 모른다.

24 무엇보다 소중한 것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엄마 아빠의 인격을 붕괴시킬 뿐더러 모든 여유를 앗아간다.
그럴 땐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청소며 몸치장은 밤에 잘 자 주는 아기를 둔 엄마 아빠나 하는 거다.

26 재조정
가정은 평안한 곳. 피로를 풀고 자신을 회복하는 곳. 아빠들은 그런 환상을 품고 있다.

육아란 그런 아빠들의 환상이 한 번은 처절하게 깨지고,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27 용서하게 하는 힘
아기의 얼굴은 역시 사랑스럽다. 모든 걸 용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아기 때 사진을 목에 걸고 다니는 날'을 만든다면, 그날만은 모두 조금은 착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38 시야
엄마의 시야에 아빠와 아기가 세트로 들어가면, 엄마는 아빠를 '육아맨'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더 크게 느끼지 않을까. 아빠는 되도록 엄마의 시야에 들어가는 위치를 잡도록 명심하자.

44 인생의 정점
내 주위 신동들이 하나같이 훗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며, 내 경험에 비춰 봐도 천천히 발전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무리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 인생. 그 눈높이에서 배우는 다정함과 유연함은 좋은 인생을 보내는 데 아주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45 고마움
육아에서 가장 무서운 건 돈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아닌 '고마움'의 결여다.

52 곁다리 같은...
육아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보조자, 곁다리 같은 느낌.
아빠가 된다는 건, 아빠가 아니고는 알지 못하는 특유의 '행복해서 더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55 아장아장 초보 아빠
'아빠로서의 완성'이란 게 있을까?
아장아장 걸어야만 보이는 것, 그걸 즐기는 게 어른이고 아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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