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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평점 :
수묵화 느낌이 나는 먹색의 펜으로 그린 그림이 주는 차분함.
유려한 곡선들은 마음의 힘이 저절로 빠지고 가라앉게 만드나 보다.
때로 어지러운 선들을 보노라니 내 속내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그림들과 나란히 앉은 단어들...
어느 한 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친 들판을 거쳐 살아온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위안의 글들이며 삶을 직관하는 통찰이 녹아든 말들이다.
성공은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두더지 앞에서 돈과 권력이 일순간 사라져 버리고 인간의 숭고함만이 가슴을 때린다. 그런 두더지가 케이크에 집착하는 유머러스한 모습에 웃고 말았네.
그래 산다는 것이 너무 무거울 필요는 없지~~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고,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
하는 친구도 있고, 삶에 대한 지혜를 나누어 주는 친구도 있고..
그래서 외롭지 않게,
덜 두렵게 살아갈 수 있길..
이제 삶의 무게를 좀 내려놓고 어깨에 준 힘을 빼야지...
나에게 친절하게,
남들에게 약한 모습도 보여주고,
내 두 팔을 누군가에게 빌려도 주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우리가 건사해야 할 아름다움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작가의 말에,
앞으로 내 인생의 아름다운 시간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만발 ㅎㅎ!
문득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을 때,
어느 한 대목이든 펼쳐 보면 삶을 마주하게 해주는 그림과
글이 가득찬 신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