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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상처 - 고단한 교사들을 위한 치유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신다. 두 분이 살아오신 젊은 날의 꿈과 소망이 아들의 직업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을 보시며 젊은 날의 수고와 힘듦과 나이 듦의 슬픔을 위로 받으며, 조국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 속에서 벅찬 감동을 두 분 스스로 느낄 것이다. 두 분에게 가르침의 대명사인 스승은 숭고함 그 자체이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칠순을 넘은 내 부모님은 지금 오늘을 사는 자신의 아들이 몸담고 있는 이 독특한 시대에 교사의 아픔과 상처와 고민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교사는 지금 아프다. 아들의 상처를 내 부모님은 모르고 계시다. 대한민국의 교사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드러낼 수가 없다. 보여줄 수가 없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그 아픔과 상처를 싸매달라고 응석을 부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고독하다. 나는 아프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소리 내어 외치고 싶다.
“상처 난 우리들을 한 번만 보아주세요?
그 상처가 너무 아파요?
그 아픈 상처에 또 다른 생체기를 내시면 안돼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 공부가 상처가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개인과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인류를 위해서 공부한다. 그런데 그 귀한 공부가 상처가 되고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상처 난 것이 더 심해지고 있다. 상처가 나서 너덜너덜한 그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말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야.” 물론 상처는 학생들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나무는 상처가 난 자리에서 가지가 나고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향기를 온 세상에 퍼뜨린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꽃이 아니다. 이 땅 위에서 숨을 쉬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살아있다. 그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세상을 향해서 반응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살아있다는 반응으로 교사들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전가해 준다. 학생이 아픈 만큼 교사는 그 아픔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모두 아프다. 교사와 학생이 아픈 것은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모두에게 각인된 기억이 되어 버렸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할 운명을 타고 난 것이다. 학생이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데 어찌 교사가 그 아픔을 함께 하지 않겠는가? 그 아픔과 상처가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 부모의 마음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고단하고 힘든 이 대한민국호를 살릴 사람은 바로 이 땅의 희망인 우리 교사들이다. 우리 교사들은 마음통과 성장통, 관계통, 열망통, 내면통을 앓고 있다. 이 아픔과 상처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치유하는 교사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수업을 통해 만족하고,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소통하며 그러한 소통을 바탕으로 더욱 더 성숙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사는 성장해야 한다. 내가 성장하는 만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성장해 간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의 사랑이 한 영혼을 살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국의 위대한 영혼 ‘헬렌 켈러’는 설리번이라는 헌신적인 한 선생님을 통하여 위대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설리번을 깨우친 것은 위대한 교수도, 학자도 아닌 한 이름 없는 여인으로부터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하여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위대한 사람이 위대한 사람을 키울 수 있다. 내가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며 삶을 공유해 나가는 그들이 있으므로 나는 행복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위대함을 키워 나가고 발현하기 위한 밑거름을 오늘도 나는 그들에게 주어야만 한다.
삶은 공유하고 베푸는 것이다. 먼저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는 나는 자금 여기 이 자리에서 현재를 살고 있으며 살아갈 학생들에게 위대함을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함께 함이 행복이며 아픔을 통해 서로 성숙해 나갈 것이다. 교사는 홀로 행복할 수 없다. 교사와 교사의 연대가 중요하고 학생과의 소통이 우선이고, 부모와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혼자서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 아픔을 함께 할 사람들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나의 아픔이 자양분이 되어 타자와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동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타자와의 아픔과 상처를 직면할 수 있는 자만이 나의 아픔과 상처를 직시할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와 학생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열망한다. 수많은 역사의 굴곡을 함께 이겨내며 살아왔던 선조들의 지혜와 혜안을 나는 오늘 여기에서 배우고 싶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이 어렵고 험난했던 현대사의 어두운 터널들을 학생들과 함께 헤쳐 나가고 싶다. 아이들은 원래 어른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특히 선생님과 부모님 말을 더 듣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들도 ‘선생님병’에 걸려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아이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어느 샌가 내 이야기만을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김현수 작가는 의사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그리고 때로는 날카롭게 우리 교사들의 폐부를 낱낱이 드러내놓고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그의 말은 아프지만 상처가 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진심을 그의 글에서, 그리고 그의 삶의 흔적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글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진심과 그의 삶이 글을 통해서도 전달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선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힐링의 자유를 느꼈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계속적인 아픔과 상처를 겪을 것이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좌절도 겪을 것이고, 교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압박과 갈등이 나를 옥죌 수도 있을 것이다. 학부모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학교와 교육청에 더 많은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더욱 작아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교사이다. 나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그들과의 수업에서 참다운 가르침과 배움을 공유하고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어야 한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가 내 안에서 순수한 힘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상처는 다른 상처를 싸맬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고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동료교사와 교장, 교감선생님이 계시고, 나를 신뢰하고 따라와 주는 우리 학생들이 있으므로 나는 행복한 교사이다. 내 상처는 이제 별이 되어 다른 이를 비추는 별이 될 것이다. 그 빛이 비추이는 첫 번째 대상은 바로 우리 학생들이다. 그들이 빛나야 한다. 그 빛난 빛들로 인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빛난 별빛으로 인해 나도 역시 밝은 별빛을 온 세상에 비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