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인간 김경희 - 남들처럼 사는 것과 나답게 사는 것 그 사이 어디쯤
김경희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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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자는 친구의 말에 시간이 있어도 바쁜 척을 할 때,

지하철에 탄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비집고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한 소리 해야지!’ 라고 속으로만 생각할 때,

혼자서 밥 먹는 게 어때서 싶지만 막상 가게 문 열고 들어갈 용기가 없을 때 등.

우리는 저마다 찌질한 순간을 경험한다. 주로 돈과 용기와 직장이 없을 때

자주 발휘되곤 하는 찌질함을 자세히 나열한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김경희 작가다.

  

책 제목부터 찌질한 인간 김경희다.

뭐 얼마나 찌질한지 보자!’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님, 대단하다 싶다.

정말 자신의 찌질한 마음 그대로를 글에 실어 놨다. 그러면서 또 위로도 해준다.

   

깊은 울림을 주는 에세이는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데 끝까지 읽고 싶게 만든다. 내가 겪었던 혹은 친구가 겪었던 그 때 그 찌질함이 반가워서. 우리는 그저 보통의 인간. 저마다의 깊이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불확실한 존재니 괜찮지 않냐는 솔직함이 가득해서 마음에 들었다.

  

  

책 속 문장

     

기댈 곳

 

고된 하루를 보내고 와도 '고생했다'며 안아줄 사람은 없다......

예전처럼 친구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다.

친구가 전부였던 시절에는 별일 아닌 일에도 통화 버튼부터 눌렀다.

이제는 저마다의 고단한 삶이 있으니 쉽게 누르지 못한다.

기댈 곳이라고는 카페 구석의 벽, 지하철 맨 끝자리 손잡이.

기댈 곳이 사람에서 사물로 변해간다.

   

 

 

친구

 

우리가 공감하고 있던 건 서로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환경 아니었을까싶다.

그러니 환경이 바뀌는 순간 우리의 공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제는 고작 한두 번 만난 인연과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게 되고,

이따금 고작 열 시간도 함께 지내지 않은 사람과의 시간이 더 편해질 때가 있다.

 

    

 

시행착오

 

시행착오를 하는 게 당연한 인생인데, 사람들은 모두 내보일 만한 결과와 그럴듯한

인생을 보여주려고만 한다. 그러면서 현실과 이상의 틈에서 힘에 부쳐 한다.

 

여든일곱 우리 할머니도 이따금 손녀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면서

'이번엔 간을 잘 못했다' , '고기를 깜박하고 못 넣었다' 하신다.

 

그런데 고작 스물아홉인 내가 뭔가 그럴듯한 결과를 내지 못해 기죽어 있다니.

내보일 만한 게 없다고 작아져 있다니.

    

 

 

그러다 치쳐요

 

"지치지 않고 계속하려면 무리하면 안 돼요. 너무 열심히 하면 지쳐요.

지금 김경희가 지금 지친 것처험. 설렁설렁 하세요, 저처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70%만 일해요.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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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쉬어 갈게요
보담 지음 / 더테이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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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웹툰에 옥탑빵이 연재중일 때,

소소하고 포근한 내용과 그림체가 힘든 직장생활에  많은 위로를 줬다.

 

단행본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달큰한 바람이 부는 저녁이면 꺼내보고 싶어지는

책 중 하나다. 최근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 코너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보니,

보담 작가님의 신작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된 그림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담긴 책이다.

 

 

 

이벤트 같은 계절


혼자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시작이 쉽지 않았다.

매번 많은 걱정들이 발목을 잡아버렸다.

그러다 계획 없이 배낭에 물, 작은 스케치북, 책 한권을 챙겨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모든 것이 쉬워졌다.

가는 곳이 모두 여행이 되었다.

걷기만 해도 좋은 봄의 여행

 

 

그림자마저 싱그러운 계절 여름


나와 내 남편은 우리 나이만큼된

아파트에 산다.


겨울에 이사 와 수도가 얼어 드라이기로

녹인 것이 몇 번, 녹물이 나와 속상했던

날이 몇 날 반복되고..


어느날 남편과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그림자마저 싱그러운 모습에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며 빙긋 웃어버렸다.


그렇게 그림자마저 싱그러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색감, 향기, 촉감 모든 것이 가을


찬바람이 불면 문득 조급해진다.

'아! 벌써 1년의 반이 지나갔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나를 재촉하고 질타한다.

그리고 스스로 침울해지고..


참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라
남들보다 더 많이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거야'


나에게도 칭찬이 필요해

 

차가움 속의 따뜻함이 사랑스러운 계절 겨울

겨울의 새벽 6시 40분은

유독 더 까만밤이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움츠러들던 어깨와

새까만 새벽에 일어나 아직 어둑한 시간에

나가야 했던 그 때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지하철 2~3대를 보내야 했던..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

따뜻한 지하철 안에서

읽었던 책들이 생각난다.

어디에도 따뜻함은 있다.

 

사계절 안에 녹아든 작가님 만의 일상이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면서 읽는 나도 마음이 편했다.훌쩍 떠난 여행지에서 혹은 동네 카페에 앉아 펼쳐보고 싶은 책이었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보담 작가님의 신작을 빨리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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