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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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는 예외가 규칙으로 행세한다는 점에서 왜곡되어 있다. 사무실 밖에서 하루를 보낼 기회를 얻는 것 외에도 몇가지 기대를 품고 박람회장을 찾았던 한 심술궂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현재의 상업적 현실에서 성공을 거둘 통계적 확률을 내앞에서 까발려 보여주었다. 그는 1년에 받아보는 사업 계획안 2천개 가운데 1950개는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50개는꼼꼼히 살펴보고, 결국 10개에 투자를 한다. 5년이 지나면 그 가운데 네 기업이 파산을 하고, 다른 네 기업은 저이윤의 ‘묘지 순환‘이라고 부르는 것에 빠지며, 겨우 두 개만 회사를 물에 떠있게
해줄 만한 수익을 만들어낸다. 신청자의 99.9퍼센트가 반드시망할 수밖에 없는 성공 전망인 셈이다.
그러나 창업자의 활동에 수반되는 자본과 희망이 화려하게 박살나는 데에는 어떤 영웅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우선 눈에 띄지 않는 일을 해서 수십 년 동안 끈기 있게 돈을 모은다. 그럴 듯한 사업 계획 때문에 갑자기 낙관적 분위기가 지배를 하고, 그런분위기에서 순간적인 설득력이 뛰어난 최고 경영자에게 돈을 건넨다. 이 경영자는 그 화장용 장작을 서둘러 태워, 찬란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별 의미가 없는 불길을 잠깐 피워 올린다.
박람회에 전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 거의 모두가 창업의 성취라는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가 밑에 떨어져 납작하게 짜부라질 운명이었다. 예를 들어 목욕 용품과 화장품을 보관하기 위한 욕조 밑수납장을 들고 나온 폴 놀런, 현실 세계에서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용 가능한 휴대용 소화기인 1-2-3 스톱 파이어‘를 개발는 데 평생 모은 돈을 쓴 암스테르담의 선술집 주인 에드바드판 노르트 같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더한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박람회 참석자 가운데 두 사람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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