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뭐길래. 내가 여행지에서 다녀온 것을 추억으로 남긴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내가 장소에 있었다는 ‘인증샷’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나는 어느새 ‘인생샷’에 집착하고 있었다.
연속촬영은 물론이고, 후 보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사진을 볼 때 첫 번째로 내 시야가 향하던 것은 도시의 인상이 아니었다. 내 다리, 얼굴 밝기, 표정, 각도, 손짓, 발끝. 모든 신체를 파편화하여 사진마다 점수를 매겼다. 그러면서도 무심히 찍은 척, SNS에 사진을 올렸다. 나 말고도 숱한 여성이 겪었을, 그리고 겪고 있을 이야기일 것이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