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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에서 사회 조사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8
이성용 지음 / 책세상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조사는 여론 조사나 시장조사와 마찬가지로 설문조사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여론조사나 시장조사보다 그 기원이 훨씬 앞서 있다. 사회조사의 효시는 영국의 찰스 부스가 1888년에 실시한 런던의 빈민조사로 간주된다. 반면 여론조사와 시장조사는 일반적으로 1930년 중반에 여론조사와 동일시되는 인물인 조지 갤럽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본다. 부스는 약 2년 동안 런던에서 400만명이 넘는 약 1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런던의 인구 3명 중 1명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음을 밝혔다. 이 사회조사 결과는 빈민의 수가 전체 인구의 3%에도 못미친다는 빈민당국의 공식적 통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빈곤이 도덕심 결여와 같은 빈민들의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가 되었다. 그 결과 빈민문제를 자선단체와 같은 사적 단체에 떠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 해결해야 함을 증명함으로써 정책 전환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런 사회조사의 전통은 1901년에 라운트리가 실시한 요크의 빈민조사 그리고 미국의 공동체 개혁운동을 위한 설문조사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전통으로 말미암아 웰스는 사회조사를 '노동계급의 빈곤문제, 공동체의 문제와 상태에 관련되는 현상을 발견하는 연구'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사회조사의 결과는 기득권계급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여 사회 개혁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만약 사회조사가 객관성을 지니지 못했다면 사회조사의 결과는 기득권자를 승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조사는 가지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험적 증거로 사용되는 정치적 여론조사나 상업적 시장조사와는 반대로 일반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득권 계급에게 말해주는 객관적인 경험적 증거로 사용된다. 그 결과 사회조사의 소비자에는 부나 권력을 가진 일부 특수 계층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포함되며, 그 결과 일반인도 특수 계층 사람들과 함께 설문조사의 주체가 된다.

- 이성용, 2003. 『여론조사에서 사회조사로』(책세상) 中 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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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에서는 통계조사를 많이 하는 만큼 통계조사의 방법과 의미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들도 상당하다. 통계조사의 여러 유형 중에서 오늘날 여론조사, 특히 정치적 여론조사나 상품선호도 조사를 보통 통계조사로 이해하게 되면서 한 편에서 통계조사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그리고 사회통계학 책들도 대부분 통계의 기법과 원리에 대한 설명만 있지, 통계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들이 없었다. 고작 사회통계의 의의만 저자들이 몇 마디 써 놓는 수준이다. 통계에 대한 역사적 연원에 대한 고찰은 사회통계학 책들에서가 아니라 푸코의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지식의 고고학>에서 통계학를 뜻하는 statistics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통계학이란 국가(state)의 통치수단으로서 국가주의적 동원수단으로 활용되었던 일종의 국가학이라고 통계학의 연원에 대한 근본주의적 비판을 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사회조사의 연원에 대한 설명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사회조사 자체가 소수의 기득권층을 공격하기 위한 논리적 수단이었다는 주장으로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역시 국민들의 여론을 파악하여 소수 특권계급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노동문제, 빈곤문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득권자들의 주장에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 여론조사가 아닌 사회조사는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의 무수한 어긋남(bias)에 의한 정보의 왜곡에 대해서 하나하나 풍부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통계조사에 대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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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 - 노무현 필승론!
장신기 지음 / 거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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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선과 민주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 둔 시점에서 나온 이 책은 단지 이인제, 이회창, 그리고 노무현에게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위해서는 한 번 읽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이인제와 노무현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문제에 대한 정치비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민주당 내부의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지형 전반에 대해서 검토하면서 직접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개혁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저자는 자신이 개혁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지역감정과 지지정당의 관계에 대해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노무현이 경상도 출신이기에 영남에서 이회창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개혁성향의 인물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우리 정치의 개혁과제에 대한 교묘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 책의 강점이면서 약점도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생각한다.

책의 핵심주장은 '이인제 대세론'은 근거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대세론인 '이회창 대세론'과 병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일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이인제 대세론'은 보수 세력이 이회창을 당선시키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음모론적으로 정치현실을 해석하고 있지만 각종 신문과 잡지를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논거들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재까지 민주당 대선후보들 내에서의 지지도는 분명 이인제가 앞서나가고 있고 이러한 사실에서 '이인제 대세론'이 유포되고 있는데, 저자는 이회창과 민주당 후보들간의 가상대결을 근거로 이인제와 노무현의 지지도 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어진 여론조사의 결과를 새롭게 해석해내어 '이인제 대세론'의 허구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아주 참신해 보인다.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 중에서 개혁적이라 평가받는 여타의 후보들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없이 노무현지지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면의 제한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전략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비판할 지점은 2002년 대선을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대립시키면서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그나마 한나라당보다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한국사회의 진보적인 목소리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며, 더욱 민주당 정권에서 경제분야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결코 진보적이라 할 수 없다. 이는 또한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과 같은 정당들을 배제하고서 진보의 표상을 민주당, 정확하게는 노무현 후보가 독점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라는 단어에 부패와 혐오만이 떠오르는 한국사회이지만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한 노력과 보다 나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민주당 내 대선후보 선출과 관련된 정치비평서이지만 그 논의의 시작을 위해서 한 번 읽어보고 주위 사람들과 논의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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