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 - 노무현 필승론!
장신기 지음 / 거름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대선과 민주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 둔 시점에서 나온 이 책은 단지 이인제, 이회창, 그리고 노무현에게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위해서는 한 번 읽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이인제와 노무현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문제에 대한 정치비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민주당 내부의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지형 전반에 대해서 검토하면서 직접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개혁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저자는 자신이 개혁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지역감정과 지지정당의 관계에 대해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노무현이 경상도 출신이기에 영남에서 이회창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개혁성향의 인물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우리 정치의 개혁과제에 대한 교묘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 책의 강점이면서 약점도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생각한다.

책의 핵심주장은 '이인제 대세론'은 근거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대세론인 '이회창 대세론'과 병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일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이인제 대세론'은 보수 세력이 이회창을 당선시키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음모론적으로 정치현실을 해석하고 있지만 각종 신문과 잡지를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논거들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재까지 민주당 대선후보들 내에서의 지지도는 분명 이인제가 앞서나가고 있고 이러한 사실에서 '이인제 대세론'이 유포되고 있는데, 저자는 이회창과 민주당 후보들간의 가상대결을 근거로 이인제와 노무현의 지지도 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어진 여론조사의 결과를 새롭게 해석해내어 '이인제 대세론'의 허구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아주 참신해 보인다.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 중에서 개혁적이라 평가받는 여타의 후보들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없이 노무현지지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면의 제한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전략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비판할 지점은 2002년 대선을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대립시키면서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그나마 한나라당보다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한국사회의 진보적인 목소리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며, 더욱 민주당 정권에서 경제분야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결코 진보적이라 할 수 없다. 이는 또한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과 같은 정당들을 배제하고서 진보의 표상을 민주당, 정확하게는 노무현 후보가 독점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라는 단어에 부패와 혐오만이 떠오르는 한국사회이지만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한 노력과 보다 나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민주당 내 대선후보 선출과 관련된 정치비평서이지만 그 논의의 시작을 위해서 한 번 읽어보고 주위 사람들과 논의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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