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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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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께가 거의 500쪽.

그런데 책장이 양쪽으로 쫙 펼쳐지지 않는 구조여서 책을 양손으로 계속 누르면서 읽어야 하고 무거워서 누워서 읽을 수도 없는데 말은 끝없이 이어져서 어디서 읽기를 멈출 수도 없고 사건은 긴박하지 않은데 말이 끝없이 이어지니 숨이 차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지고 그래도 말은 끝나지 않고...

 

와, 정말 숨차게 만드는 소설.

정확히 지구 어디에서 일어난 일인지

어떤 갈등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번역된 언어들도 애매하고 익숙치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드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감이 잡히는 소설. 

1970년대 북아일랜드의 정치, 종교, 사회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그때 있었던 인간 사이의 갈등이 지금, 현재,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의 행동과 주위 상황과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생각들을 모조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묘사하고 써놓다보니 단어가 무수히 많고 문장도 엄청 많아서 읽는 게 숨이 차다.

 

작가 애나 번스는 북아일랜드 출신이고

이 소설로 2018 맨부커상을 탔다고 한다.

 

하여튼 요즘 책들은 전혀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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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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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해, 꼭 필요해. 책 읽고 모여서 함께 생각 나누는 자리는.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자기 느낌만 남게 되지만 독서모임을 갖게 되면 그 느낌이 두 배, 세 배 커져서 기쁨과 깨달음으로 충만하게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도 더욱 돈독해지는 유대가 생기기 때문. 반면 그 사람의 단점도 파악이 되니까 다각도로 보게 되지만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함.

 

이 책은 600여 페이지 두께를 갖고 있다.

저자 올가 토카르추크는 2018 노벨문학상 수상자, 폴란드 태생.

 

장편소설이지만 내용의 일정한 흐름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각 이야기가 별개로 존재한다. 즉 이런 류의 장편은 처음 접해봄. 그런데 읽다보면 이야기가 이어져 나타나는 것도 있고 군데군데 짧은 단편들은 아주 감동적이며 애를 끊는 아픙도 있으며 다 읽고 나면 어떤 깨달음이 오는데 음 이런 게 생이구나, 이렇게 방랑 중에 있는 것이 누구나의 삶이지, 이런 삶도 저런 삶도 다 한평생에 겪는 것이지, 우린 모두 지구를 끝없이 떠도는 방랑자들인 셈이지.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각자의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거지, 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traveler도 아니고 tourist도 아니고 journeyer도 아니고 원제목이 flights 다. 생은, 삶은 그저 가벼운 깃털처럼 자유롭게 하지만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이리저리 날리다가 어디론가 추락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살지는 말자. 저 사람 처럼 살지 못한다고 주눅들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다 자기 몫의 삶이 있음이고 날다보면 나도 그처럼 행운을 만날 수도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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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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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주인공 조르바는 실존인물이었다고 함.

책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 크레타 출생이었고 지금은 크레타로 들어서는 공항 이름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으로 되어 있으며 그의 묘소도 작은 박물관도 그곳에 있다고 함.

저자는 소설의 주인공 조르바와 실제로 탄광사업을 했고 그와의 만남을 소설로 쓴 것.

 

책 두께는 총 450쪽짜리로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

책과 글쓰기를 가까이 하는 돈 있는 샌님은 글을 이끌어가는 내레이션이고 주인공은 알렉시스 조르바.

 

매사 거침이 없고

망설임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맘이 꼴리는데로 사는 인생

한번 뿐인 인생 정말 화끈하게 살다간 사람!

관계에 망설임도 없고

관계에 미련도 없고

관계에 매달리지도 않는

시작도 쉽고 끝맺음도 시원시원한 인간!

늘 삶에 열정이 넘치고

늘 삶이 펄떡펄떡 뛰고

늘 즐거움과 행복에 담궈져 있는 사람!

 

진정 이런 삶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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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294
김기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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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또 겨울.

나무들이 몸을 말린다.

한여름 내내 나뭇잎에서 쏟아낸 푸른 분비물이

누렇게 되도록 말린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햇빛을 빨아먹던 팽팽한 잎이

갑자기 쭈글쭈글해지도록 말린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반짝거리던 잎이

과자 봉지처럼 바삭바삭 구겨지도록 말린다.

아스팔트 위를구르는 잎에서

양철 조각 갈라지는 소리가 나도록 말린다.

가지마다 커다란 파도를 만들며 출렁거리던

무거운 바람도 말린다.

한여름 광합성으로 부지런히 키운 높다란 물통을

기둥째 말린다.

두꺼운 나무껍질 쩍쩍 갈라지도록 말린다.

한겨울 독한 추위가 또 몸속에 들어와 살도록

그 매운 맛에 단내가 나도록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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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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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글은 처음.

놀랍고 신선했다.

우리가, 내가 늘 쓰고 있는 단어들.

어렴풋이 이런 뜻을 가지고 있으려니

이럴 때 쓰는 거겠지 하며 무심하게 써왔던,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들에 대한 자세한 뜻풀이.

작가의 관점과 경험에 의한 뜻풀이.

우리 말에 대한 관심이 크고

사람과 인간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글.

 

작가의 인간애가 얼마나 큰지

작가의 인간을 향한 관찰이 얼마나 끈질긴지

글을 읽으면 느껴진다.

 

매 페이지마다 어떤 단어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기도 하지만 그 뜻풀이가 도통 무슨 말인지 몰라 재미를 달아나게도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읽는 진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끝까지 읽고 싶고, 끝까지 갔을 때 어떤 충족감이 몰려오면서 책을 쓰다듬게 되고 언젠가 또 다시 꺼내 읽어봐야지 하는 맘을 갖게 하는 책!

 

특별히 좋았던 곳은

'사랑'에 대하여 쓴 부분

'사랑해'라고 말할 때의 상황을 쓴 부분

'밤'과 '아침'에 대한 부분

'십대부터 사십대'까지 써놓은 부분

그리고 마지막 단어 정리 부분.

 

그녀의 다른 책도 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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