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와 찬밥 시평시인선 2
임희구 지음 / 시평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 임 시인.. "

혼자 발음해 보다가 그냥 실없이 웃는다.
임희구 시인이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있었으면서도
그의 첫 시집이 나오고서야 처음으로 '시인'이라고 칭해본다.

" 임 시인.. "

" 임 시인.. "

" 임 신...... "

ㅎㅎ.. 시인의 '인'자에 힘을 빼고 발음하면..
임희구 시인은 '임신'이 되어버린다.

그래. '임신'

'임신'한지 20년이 넘도록 품고 또 품고 품기만하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해들을 해산해 내어 놓은 '임시인'.

12살 여린 손끝에 스민 푸른 신주독처럼 싯푸른 아해.
못 먹어서 뒤 틀린 창자처럼 비쩍 마른 구릿빛 아해.
막노동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목덜미처럼 샛붉은 아해.
나같은 것도 살아진다는 들풀의 오기같이 샛카만 아해.
올 풀리고 닳아빠져 눈물나는 걸레처럼 축축한 아해.
조일대로 조여 삭아버린 어머니 허리끈같이 반짝이는 아해.
잉글리쉬 판치는 코리아에서 이어막힌 SJ.King 같이 팍팍한 아해.

나는 임시인의 이 아해들이
'사랑'이라는 목걸이만 걸면 개나 소나 다 詩가 되는 요즘
그런 짜가들과 같이 분류되길 원치 않는다.

어떻게 빈깡통같은 '가짜 아이들'과 (戀詩의 가면을 뒤집어 쓴 것들)
임시인의 작고 재빠르고 단단하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진짜 아이들'이
같은 것으로 명명될 수 있겠는가.


옷도 음식도 생명도 모두 짜가가 판치는 세상에
임시인이 오랫동안 사랑으로 품어 내보인
이 붉은 심장이 뛰는 팔팔한 아해들을

시가 무엇인지 느낄 새도 없이
복선과 숨은 뜻, 형식, 여음구로 달달 받아들여야하는 수험생들과
아침에 눈 뜨고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일상이 가면 축제라
비수같은 사랑도 데일 듯한 열정도 잿빛의 절망도 모르는 20대들과
70년대의 한 숨, 눈물을 진저리나게 맛보고도
뭐가 그리 모자란지 아직도 허덕이는 지친 40대들..

모두에게 '시' 라는 이름으로
진하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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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9-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밥"이라는 시를 접하고 찾아든 곳에서 진하게 전해지는 한편의 시 리뷰를 만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