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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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라톤을 네 번 넘게 완주하는 동물이 있다. 몸길이 39 cm, 몸무게 120 g인 극제비갈매기는 하루 평균 194.2 km, 연평균 70,900 km를 날아간다. 매년 북극권에서 출발해 대륙을 따라 남극권까지 다녀오며 한 해에 극지에서 두 번의 여름을 맞는다. 


"이 세상 동물 중에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예요. 30년 정도 산다고 봤을 때 평생 이동하는 거리를 계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고 볼 수 있죠.”

그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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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동안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생명체의 우아하고 하얀 날개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용기를 생각하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에니스의 눈빛도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보였다.

“그 새들을 따라가 보고 싶어요.”

-소설 마이그레이션 46쪽의 일부

시간은 두 방향으로 흐른다. 새를 찾아가는 까마귀호에서의 시간과 주인공 프래니의 과거로 역행하는 시간. 만선을 꿈꾸던 까마귀호는 고장 나고 선원 바질의 배신으로 압류된다. 프래니의 과거는 사랑을 잃는 절망의 순간을 맞는다. 


그때 극제비갈매기호를 발견한다. 이 작은 요트에 목숨을 걸고 거친 바다를 건너 남극에 도착한다. 왜 먼 거리를 갔다 오는가. 새를 보며 작가는 인생을 떠올린 모양이다. 인간은 왜 사는가. 


가끔 이게 무슨 소용이냐며 삶의 이유를 찾곤 한다. 그리고 쓸모라는 답이 없는 질문으로 고뇌하고 고통 받는다. 삶을 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일이 아니다. 인간은 일과 달리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인생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이 문제였던 것이다. 


날마다 자유와 삶을 쟁취하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괴테의 말처럼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이유가 아니라 순간에 충실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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