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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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월드타워에는 유명한 한정식 집이 있다.

미쉐린가이드에도 선정된 그 맛집은 한사람의 저녁식사 코스 요리 값이 저렴한 것도 15만원을 넘는다. 많이들 먹는다는 코스는 무려 20만원.

다녀와봤다는 블로그엔 하나같이 칭찬일색이었다.

 

그런데 ... 나는 특별한 맛을 모르겠더라.

맛은 있었지만, 이게 모두가 '그렇게' 칭찬할 만큼인건지.

갖은 상을 휩쓸고, 20만원이나 주고 먹어야할 만큼 '대단한' 맛인지. 모르겠더라.

근데 그렇다는 사실을 어디에다 말할 때 마다 마치 내가 맛도 뭐도 모르는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부끄러운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 그냥, 겸연쩍은 듯 '괜찮았어'라고 애둘러 표현하게 됐다.

사실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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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때 그 식당 생각이 났다.

읽은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어쩌다보니 3권 다 읽었네..)이라는 타이틀이 미쉐린가이드를 연상시켰고, 후기 곳곳에 보이는 극찬들이 꼭 블로그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또 나만, 글도 뭣도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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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자기 깨달음의 순간을 마주쳤다.

편식하는 아들에게 내가 곧잘 하는 말이 있다.

"안먹어도 괜찮아. 모두가 각자 입맛이 다르니까.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이 꼭 네게도 맛있으란 법은 없지. 지금은 맛없지만 언젠가는 맛있어 질 수도 있고. 입맛은 변하기도 하거든."

내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모두가 극찬한 소설을 읽고 나는 별 감흥이 없었노라 할 수도 있지.

취향이 다르니까. 그리고 또, 그 취향이라는 것은 변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의 내 감상을 표현하는 것을 두고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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