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게이머다 - 세상의 상식을 파괴하는 프로게이머 이제동의 스토리북
이제동 지음 / 새빛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프로게이머다


 

 지금은 LOL(롤), 즉 League of Legend라는 게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E-Sports의 전성기를 이끈 게임이 있다. 우리나라 E-Sports를 탄생시킨 게임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만한 '국민게임', Starcraft 다. 후속작인 Starcraft 2가 출시되면서 리그가 없어져버렸고,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관심을 끊게 되었지만, 요즘도 그 향수를 그리워하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나온지 10년도 더 지난 '고전게임'이 지금까지 두루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자신의 캐릭터를 소중하게 육성해나가는 RPG식의 온라인 게임도 아닌, 그저 한 게임이 끝나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다시 스타크래프트1 리그의 부활을 위해 여기저기서 노력하고 있음을 볼 때, 스타크래프트가 우리나라 E-Sports에 미친 지대한 영향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한때 E-Sports에 미쳤던 사람이다. 아니, E-Sports에 미쳤다기 보다는 스타크래프트에 미쳤다. E-Sports의 종목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금  E-Sports하면 '롤'인것처럼, 예전에는 E-Sports 하면 '스타'였다. 코넷ID 쌈장이라는 이기석을 통해 프로게임세계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봤다. '코리아오픈'이라는 리그를 하던 그 시절, 이기석이나 국기봉의 경기를 TV로 시청했을 정도니 나도 정말 오래된 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임요환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커진 E-Sports시장의 발전과 승부조작등 및 후속작의 출시로 퇴조해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본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공헌한건 TV로 시청한 것 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한때 이윤열이 있던 투나SG 팬미팅에도 참석했었고, 프로게이머들이 낸 앨범 'GG'라던가, 프로게이머 협회의 다이어리를 구매하기도 하는 등 스타크래프트1에 나름 열성적인 팬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홍진호의 팬이었다. 물론 지금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홍진호도 여전히 좋아한다.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내 종족은 저그였다. 내가 저그여서 홍진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홍진호가 좋아서 내가 저그를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난 저그였고, 그 이후에도 강한 저그 유저들의 팬이었다. 홍진호 이후에 특히 좋아했던 선수는 박성준 선수와 이제동선수. 세명 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게이머로서, 공격적이고 화끈한 경기를 펼쳤던 프로게이머이다.


 상대적인 평가를 정확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스타크래프트1의 전략과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했음을 상기해본다면 절대적인 실력에서 가장 뛰어났던 것은 스타크래프트1의 마지막까지 가장 뛰어난 저그였던 이제동선수가 아닐까 싶다.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밖에 없는 그 선수, 이제동 선수가 책을 썼다. 알라딘에서 책 소개를 보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책에는 프로게이머 이제동 선수의 스토리와 생각들이 담겨있었다.


 사실 내용은 단순했다. 여타 자기계발서나 강의들에서 수도없이 강조했던 것들이고, 꼭 '이제동'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이 들어있었다. 세상의 상식을 깨고,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걸 찾아 죽을만큼 열심히 노력했더니 이만큼 성공했다는 이야기. 어쩌면,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이야기. 잘못하면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하는 그런 글 들. 도전했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한, 혹은 이미 실패한 이들의 더 많은 이야기는 감춰져 버리는 그런 이야기들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이제동'이기에 그 이야기들이 나에겐 특별했다. 한때 내가 열광했던 E-Sports, 스타크래프트에서 정점에 올랐던 선수이고 내가 좋아했던 선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겐 책 내용보다, 옛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줬다는 면에서 더 많은 의미가 있었다. 물론 자신이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생각하는 어린 친구들이나, 안주하고 있는 자신에게 자극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도 많은 감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다. 일단은 위에서도 말했듯, 그냥 이제동의 스토리와 철학이 쓰여있을 뿐 특별히 배울 만한 창의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 두번째는 원고 교정이 완벽하지 않았는지 곳곳에 오타나 비문이 보인다는 것 정도가 크게 눈에 띄는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후반부에 우리나라를 자꾸 '게임종주국'이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하게는 'E-Sports 종주국'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우리 나라가 게임을 스포츠로 발전시킨 것은 맞지만 게임을 처음 만든 나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개인적 아쉬움은, 라이벌인 '이영호'에 대한 언급은 자주 나오는데 동시대에서 또다른 종족의 정점에 있었던 '김택용'선수에 대한 언급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도, 앞으로도 예전 프로게이머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열광했었던 게임, 그리고 E-Sports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P.40


난 청춘들에게, 젊음들에게 나처럼 하라고 얘기 안한다. 그냥 이제동 스타일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 힘을 냈으면 하는 거다.

 

 p.46

 

게임을 처음 접한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게임을 즐기기보다 이기기 위해 한 것 같다.

 

 p.50

 

한 가지에 미쳐서 성공을 이루지 않으면 다른 건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p.55

 

나는 게임에 재능 있기보다는 굳이 얘기하자면 연습에 재능 있는 사람이었다.

 

 p.107

 

내가 뭔가 잘할 수 있고 미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다면 거기에 나의 모든 걸 올인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p.166

 

아이들이 부모님께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그 순간은 참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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