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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못 된 사람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시작은 평범한 술자리였지만 그 안에서 숱하게 흘러간 세호의 집안이야기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호를 만나기 위해 나왔는데 엉뚱한 일에 휘말려버린다.
어렷을 때부터 친구의 관계였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남도다 못한 관계로 전락해버린 친구,
자신이 잘린게 폐지줍는 할머니 때문이라며 구타한 세호, 나를 세호로 오인하고 죽인 할머니의 아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에 황당한 슬픔 뿐이다.
정작 잘못한 세호는 집으로 가버렸는데 나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아내의 말에 귀담아 듣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있다.
묘하게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폐지줍는 할머니를 구타하는 세호의 이야기때는 정말 화가났었다.
자신이 잘못된거는 빚만 남기고 죽은 아버지를 욕하는 세호가 참 한심해보였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누군가의 탓만을 하고 있는 세호
그 세호와 마지막 만남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둘의 관계속에 수많은 아픈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책을 읽으며 답답함을 이렇게도 느끼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하~ 지금의 이 마음은 마치 꺼내기 싫었던 어두운 기억의 한조각을 마주한 기분이다.
글 속에서 미주가 겪었던 미진이 겪었던 상황이 나에게도 있었다.
우리집에도 존재했던 이슬괴물 그로인해 책의 내용들이 남일 같지 않게 나에게 다가왔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과장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비슷한 일을 겪어본 이들에겐 과장이 아닌 현실이었다. 이슬괴물이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가고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우리 가족은 연명은 절대 안한다 했었다. 그건 장남인 나의 의견이었고 다른 가족들은 따랐다. 누군가 헤어지기위해 책임을 져야한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지고 싶었던 마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때 일을 기억하고 그 이전에 겪었던 정신적인 충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며 살아간다. 완벽하게 헤어지게된 이 가족들도 앞으로 남아있는 고통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책은 처음 접했던 느낌과는 달리 더 이상 과격함으로 흐르지 않는다.
8개의 단편소설 중 처음 2개와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엄대리가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사람들은 친구 관계가 중심이었지만 완벽하게 완벽하게 헤어지는 법은 가족의 해체,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은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과 이혼을 하기 싫어하는 아내의 이야기,
엄대리는 이혼한 전처와의 재결합이라는 주제가 나온다. 갈수록 처음 두편에서는 개인적으로 희망이란 단어를 어디서 찾아야하나 암울 하기만 한데...이런 심정으로 이야기가 끝을 맺었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된거 같다. 피자를시키지 않았더라면에서 남자도 여자도 그 둘만의 관계가 아닌 서로의 가족들에게서 받았던 스트레스, 그로 인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왜 결혼을 했는지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는 끝내 헤어나오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작지만 희망의 빛이 보였다.
엄대리는 직장에서 사장이 이벤트로 준 복권의 헤프닝으로 어쩌다보니 이혼한 전처와 연결고리가 생기고 마지막에는 다시 재결합을 희망하는 지경까지 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다른 이야기들도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위에서 소개한대로 친구, 가족, 결혼생활, 이혼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에게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의 접근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본듯 세밀한 묘사들이 작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은정 작가의 첫 작품집이라는데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기억해놓았다가 또 다른 작품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컬처블룸서평단으로써 썸앤파커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