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대학 다닐 때 고3짜리 학생의 국어 과외를 잠깐 했었다.
애 엄마가 얘는 다른 공부는 참 잘하는데 논술같이 자기 생각을 쓰는 건 너무 어려워한다고 하도 걱정을 하기에..
과외시간마다 신문기사나 인용문을 읽게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때마다 아이의 대답은..
"모르겠는데요.." "몰라요.." "잘 모르겠어요.."
물어볼 때마다 모르겠다는 대답만 하니,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무슨 정답을 말하라는 것도 아니고 니 생각을 말하라는데 모르겠다는 게 말이 되냐, 차라리 '어렵다'고 말을 해라, 하고 버럭했더랬다;;
그랬더니 다음부터 아이의 대답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는데요.."
헐...;;;

하기사 이 친구만이 아니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논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까.
나도 수능 끝나고서야 논술 준비한답시고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부랴부랴 학원 다니고 다이제스트판 책이나 떠들어보고 했던 것 같은데..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런 어리석은 짓은 안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사이 핀란드 교육에 대한 기사를 하도 많이 접해서 핀란드 교육이 대체 뭔데 이 난리야?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사봤다.
('핀란드' 들어간 책 중에 제일 나은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왜 핀란드 학생들이 국제학력평가, 특히 사고력 부분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처럼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아도, 한국처럼 무지막지한 사교육이 없어도, 그들은 1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에서는 '공부한다'고 하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이것이 핀란드 교육의 키워드라고 했다.
시험과 과제가 작문이기 때문에 많이 읽고 쓰는 것이 바로 공부인 것이다.
우리처럼 교과서 달달 외우고 객관식 문제 찍은 다음에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지식을 수업 내용 외에 찾아서 읽고 정리해서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쓰는 것이 그들의 공부법이었다.
이러니,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우리랑 사고력 게임이 되겠냐고..

그 외에도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를 더 끌어주는 교육,
강요하지 않는 교육,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교육,
진정한 교육자가 존재하는 교육,
등..
핀란드 교육은 진정 최고였다.
읽는 내내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핀란드 교육은 받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교육이었다. 

반면.. 우리는..?
나는 대학 들어오기 전까지 교육을 받으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딴 걸 배워서 뭐 해? 하는 반발심만 생겼지.
대학 들어와서는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시가 이렇게 좋다는 걸 알고는,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 우리 교육은 일제고사니 뭐니 하면서 점점 산으로 가고 있으니..

모든 교육 관계자들은 정말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 좀 배워야 한다. 말로만 선진국, 선진국 하지 말고.. 
그리고.. 한국에 태어났다는 죄로 오늘도 독서실에서 하얗게 불태우는 수험생들, 자식 기다리느라 쇼파에서 새우잠 자는 학부모들,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만났던 온갖 변태와 진상들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내 아이만은 행복한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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