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학 이야기 - 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나카노 토오루 지음, 김혜선 옮김, 박성혜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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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리학'은 저 같은 비의료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입니다. 병리학은 쉽게 설명하자면 병이 어떤 이유로 발병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하는데요, 평생 접한 적 없는 분야였지만 이번에 읽은 『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병리학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생명과학 1, 2를 모두 배웠고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고요.


 2018년 12월에 나온 이 뉴스에 따르면 국내 암 유병자가 174만 명에 달해 29명 중 1명은 암을 앓거나 앓았다고 합니다.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무려 36.2%이고요. 이제 암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병이 되었고, 암이 아니더라도 뇌졸중, 심근경색, 뇌경색, 종양, 부종 등 우리는 크고 작은 병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병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병의 이름을 딱 들었을 때 이 병이 무슨 병인지, 왜 발병하는지 알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물론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그래도 병은 언제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르니 이왕이면 우리 몸에 대해서, 그리고 병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병리학 이야기』는 이런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세포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하여 병의 황제 암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우리 몸에 대해서, 그리고 병에 대해서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일반인도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난이도의 책인 것 같아요. 진지한 이야기로만 가득하지도 않고 저자의 사담도 적절히 곁들여져 있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책은 글로만 가득하면 안 되겠죠. 귀여운 그림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찾아보며 읽으면 더 많은 내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고요.







제게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은 양수색전증과 임산부 사망에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색전증이란 무언가가 흘러와서 혈관을 막은 상태를 말하는데, 양수색전증은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 양수 안에 있던 물질이 산모의 폐혈관을 막는 병입니다.


 「양수색전증」이라는 것도 있다. 자궁 속의 아기는 양수 속에 떠 있다. 분만시 운 나쁘게, 양수가 어머니의 혈액 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양수 속에는 태아의 피부와 솜털, 태지(갓 태어난 아기 몸에 붙어 있는 흰 것이 태지), 태아의 점막에서 분비된 물질 등이 들어 있다. 그런 물질이 탯줄 정맥을 통해 엄마의 체순환 정맥으로 들어가고 심장을 거쳐 폐로 가서 혈전색전증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폐의 혈관이 막힌다.

 그러면 갑자기 호흡 곤란이 일어나고, 치아노제(청색증), 그리고 쇼크 상태에서 혼수상태에 빠지는 무서운 증상을 보이며 80%가 죽음에 이른다. 출산 4만 회당 1회 정도로 알려진 만큼 빈도가 낮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연간 분만 건수가 대략 100만이라면, 약 25명에 발생하여 20명이 숨진다는 계산이 된다. (p.146-147)


 양수가 혈액에 들어가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니, 읽기만 해도 너무 무섭습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의 1년간 임산부 사망 수는 40명 정도인데, 여기에서 더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성사망비(출생 10만 명당 임산부 사망수)를 집계하고 있는데, 2016년에 8.4였습니다. (출처) 2016년 출생아 수가 406,243명이니 그 해에 대략 30명이 넘는 임산부가 죽은 것입니다. 물론 옛날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의료가 이 정도로 발달해도 여전히 1년에 수십 명이 임신을 이유로 죽는다는 사실이 제게는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직업병에 대한 이야기는 슬프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된 직업 암은 바로 굴뚝 청소부의 음낭암이라고 합니다. 산업혁명 당시 굴뚝 청소는 가난한 아이들의 일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굴뚝을 청소해 온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에게 음낭암의 발병이 많다는 보고를 본 후 외과 의사 퍼시벌 포트는 그을음이 그 원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옛날이었고 또 가난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매일 씻을 수 없어 몸에 계속 머물던 그을음이 암을 일으킨 것이지요. 이 발견에 기초해서 매일 목욕하는 규칙을 만든 굴뚝 청소 길드에서는 음낭암이 급감하였다고 하네요. 또 하나의 예는 라듐 걸스입니다. 방사성 물질인 라듐은 붕괴할 때 빛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성질을 이용해 시계 문자판의 야광 도료로 사용되곤 했는데, 그 도료를 바르는 작업에 종사하던 여자 작업원에 골육종, 백혈병이 많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입으로 빨아 붓끝을 뾰족하게 해서 도료를 발랐기 때문에 라듐이 체내에 바로 흡수되었다고요. 너무 슬픈 일이고, 지금도 발생하는 일들을 연상시킵니다.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생명과학의 다양한 용어와 원리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자주 듣기는 했지만 알지는 못했던 많은 병에 관련된 개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진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 제게 어떤 병이 찾아올지는 알 수 없겠죠. 이 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그게 제가 병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이 무서운 병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잘 먹고 잘 자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 다짐을 하게 한 것만으로도 모두가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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