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 광기와 인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지음, 송승연.유기훈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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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제목을 가지며 얇지 않은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최근 사회 흐름에 맞춰 대체 나와 다름을 어디까지 얼마나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또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회적 편견은 뭐가 있을지 고민한 적이 있다면, 정신질환을 예로 하여 서술하는 이 저자들의 접근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는 매드 프라이드 혹은 매드 포지티브 운동의 주장과 인정 가능성의 여부를 철학적, 심리학적 측면에서 논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비합리적이지 않고 논의해볼 만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사회가 응답할 수 있는 여러 반응에 대해 다룬다. 사실 정신 질환라고 드러내고 인정하는 사람을 겪은 적이 거의 전무한지라 쉽게 상상도 되지 않고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그 배경에 대해 알고나니 그들의 주장을 존중하고 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두 번째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은 자폐인 심리학자가 쓴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비정형화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며 많은 위로를 받은 책이다. 세상에는 자폐증 진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자폐증이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인 장애이듯 그 이유 역시 다양하다. 저자는 계급, 인종, 성별, 나이, 의료 접근성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제대로 진단 받지 못해 보편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일반인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가면 자폐증’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어디까지 ‘우리’로 볼 것인지를 끊임없이 정의 내리고 ‘우리’에 속하지 않는 것들과 경계선을 긋는다. 그 경계선은 결코 희미해질 수 없고 다만 우리라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거나 좁아질 뿐이다. 그리고 그 ‘우리’에 속하기 위해 가면을 쓰기도 한다. 완전한 극복을 위해서는 경계선이 지워지고 ‘우리’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야 하겠지만, 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었을 타인을 배제하는 이 본능 덕분에 지금까지 생존한 생명체다.

그렇기에 차별하고 배척하는 습관을 쉽게 떼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반성적으로 사고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무언가를 배워서 시도해볼 수는 있다. 이런 시도가 조금씩 겹겹이 쌓인다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하다’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워지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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