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은 친구가 자신의 연인을 동거인이라고 표현할 때, 그말에는 분명 자조가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연인 관계를 가장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고작 동거인일 때, 그럼에도 그말이 아무것도 속이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는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 영영 알려고도 하지 않는사람들이 지긋지긋하다고. - P95
왜?그건 이유를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항의였다. 눈앞에 쭉 뻗은 길이 보이는데 돌아가라는 안내판을 본 사람처럼, 약간의짜증이 섞인 항의. 그걸 깨닫자 선미는 은경과의 이별이 어떤모습일지 이미 겪은 것만 같았다.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