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의 말 -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다카야마 하네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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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적은 굴곡진 오키나와 역사에 대한 소규모의 자료실에 근무하는 미나코의 시각을 통해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기 위한 정보, 지식, 자료, 기억에 대한 은유가 우수한 서적이라 하겠다.


외지인인 노년의 요리씨는 낡은 건물을 매입해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이라는 간판을 걸고 오키나와의 잡다한 자료들을 모아 전시한다. 10여 년 전 미나코는 중학생시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나토가와로 이사 한 후 이곳을 드나들며 요리씨를 도와 자료 분류 작업에 몰두했다. 두 사람은 자료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기록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국가의 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고 미나코에게 급여를 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나코는 온라인으로 일본의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문제를 내며 소통하는 회사의 유일한 종업원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분쟁지역, 극지방, 초원지역 등 다양한 장소에 있는 다양한 인종들과 소통하는 일은 미나코에게 안성맞춤인 일자리였다.

강한 비바람이 지난 후 마당에서 오키나와 고유 품종인 말이 발견된다. 하루를 아버지의 방에서 지내게 한 후 밖으로 나가지 않은 말을 데리고 지구대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야생마에 대한 정보가 없어 경찰관도 난감해한다.

태풍 때문에 3일간 빠진 자료관에 가니 요리씨의 딸 마치씨가 혼자 있었다. 그녀는 요리씨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을 했다며 곧 자료관을 닫고 철거할 예정이니 필요한 자료를 마음대로 챙기라 한다.

안 좋은 소식은 연이어 생기는지 그동안 회사 스튜디오의 A/S 해주던 전기상 사장은 불만을 토로하며 이상하고 의심 가는 스튜디오의 A/S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퇴사를 결심한 미나코는 자료관의 데이터를 카세트테이프에 정리하고 공원의 외진 구역에 묶여 있는 말을 훔쳐 섬의 자연 발생 동굴인 가마에 숨긴다.

며칠 후 요리씨가 사망하고 장례식을 치른 후 자료관이 파괴되고 미나코는 말을 타고 오키나와의 풍경을 눈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미나코가 작업한 오키나와의 모든 자료는 퀴즈를 풀었던 사람들이 언제나 여러볼 수 있도록 데이터에 저장시켰다. (우주공간, 남극의 심해, 전쟁 중인 위험 지역인 쉘터, 미나코의 가방 등)


이 서적에서는 오키나와가 겪은 비극에 대해 구체적인 표현이나 감상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료실의 물건, 퀴즈, 자연에 대해 기술하며 살짝 살짝 언급을 하여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결국, 독자들이 직접 그 당시의 역사를 검색하고 파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지인인 유리씨,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미나코의 모습은 류큐합병부터 본토인과 섞이지 못한 오키나와 본류의 시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2차 대전 말기 무조건적인 죽음을 강요하고 제대로 된 보상이나 사과를 받지 못했던 오키나와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으며 최근 자위대 공군 기지의 확장으로 전쟁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현재의 모습도 투영되었다. 올해 2월 오키나와 여행을 갔을 때 주말 도심에서 보수와 진보의 시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본토 중심의 정부는 역사를 왜곡하고 정부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진실을 왜곡하는 다양한 시도가(독도, 군함도의 약속, 위안부 부정, 근로노동의 왜곡,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불가 약속 등) 우리나라는 물론 같은 일본 내에서도 벌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며 꺼낸 도쿄전력의 약속도 절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이 서적은 짤막한 내용이지만 독자들에게 자료의 소중함과 진실에 대한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넓고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유익한 소설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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