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키다리 그림책 3
코린 드레퓌스 지음, 김희경 옮김, 나탈리 슈 그림 / 키다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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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린 드레퓌스가 쓰고 나탈리 슈가 그린 프랑스에서 온 그림책. 색감이 참 예뻐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린 요소는 바로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이란 제목이었습니다. 


딸은 올해 다섯 살이 되었어요.

유치원 언니가 되는 날을 두근두근 손꼽아 기다렸지만 코로나로 입학식은 무기한 연기되고..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오게 되어.. 아는 얼굴 하나 없이 긴급보육으로 유치원에 가게 되었죠.


잔뜩 얼어서 스쿨버스에 오르던 첫날을 기억합니다. 

손을 흔들고 돌아서며 어찌나 맘이 아리던지... 다행히 딸은 웃는 얼굴로 씩씩하게 돌아왔어요. 선생님도 적응을 잘한다며 칭찬하셨고요. 하지만 긴급보육 3주째인 지금도 아침에 종종 "유치원에 가기 싫은데..." 하며 울상을 짓곤 해요. 그런 상황인지라..딸도 제목을 듣고는 이 책에 몹시 끌린 것 같습니다. 

(이 밑에서부터는 내용 스포 있습니다) 




책을 읽는데, 딸의 몰입하는 눈빛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어요! 번역 또한 잘 되었는지 평소 쓰는 입말처럼 정감가고 따스한 문장들이라, 읽어주기 좋았습니다.


"엄마가 전에 전에 말했었죠. 열 밤이 지나면 유치원에 간다고요"

"엄마 품에 있던 아가가 언제 이렇게 커 버렸을까?"

"엄마 내 눈에서도 비가 와요. 소나기가 뚜욱뚝 눈에서 와요."


이윽고 눈물 젖은 클라이막스.

"운동장이 온통 젖었어요.

엄마. 유치원 가기 싫어요."


평소에도 늘 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아이도 더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책 속 주인공은 자기와 똑같이 낯설고 불안해하는 친구들을 만나 마음을 열면서 용기를 얻어요. 같이 놀면서 친해지고 유치원이 점점 더 즐거워져요. 

그 과정이 무척이나 귀엽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곳곳에 배치된 깨알 같은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유치원에 너무 오래(?) 다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친구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깨알 같이 사탕을 발견하고 즐거워했고요. 

내 품에 아가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하고 엄마가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엄마 그림자가 품 속에 아기를 안고 있어요. 저도 모르게 뭉클했던 장면이었죠.


아 참! 그리고 이 책은 아이와 엄마가 대화를 나누듯이 읽어야 합니다. 아이 속 마음, 엄마 속 마음이 번갈아가며 나오니, 목소리도 서로 다르게 읽어주면 더 좋겠지요. 

글자의 색이나 폰트가 서로 달랐다면 좀 더 인지하기 쉬웠을텐데, 처음 읽었을 땐 내용이 조금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먼저 내용 흐름을 감지하고 읽는 걸 추천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딸에게 물어보았어요.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어땠어?"

"음..안 좋았고 또 좋았어. 혼자 가는 건 안좋았고 색연필이 많아서 좋았어" 


지금은 어때? 하고 물으니 딸은 웃으며 가슴에 파고 듭니다. 아직까진 유치원 가는 게 좋기도 하도 안 좋기도 한 모양이에요. (웃음)


아무래도 딸의 애정도서가 될 것 같은데...이렇게 매일 밤 엄마 속 마음, 아이 속 마음 서로 속삭여주며... 몇 번이고 책을 함께 읽어가면서 우리 아이도 책의 주인공처럼 씩씩하게 새로운 생활 잘 적응해나가길 바랍니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모든 아이들에게, 추천♥



하지만 엄마가 우리 아가를 두고 온 곳은 빗속이 아니란다. 재미난 놀이터가 있고 널따란 운동장이 있는 유치원이야. 너도 곧 유치원이 맘에 들 거야! - P19

우리는 서로에게 이름을 말해 주었어요. 동그랗게 모이니 엄마 생각이 조금 덜 나요. 손에 손을 잡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어요.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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