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과 돌의 노래 1 - 엇갈린 사랑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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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노동봉기, 농민항쟁 등 역사 속 홀대받은 농민과 노비들의 항쟁기 같으나 부제로 보는 엇갈린 사랑으로 내용이 궁금해 집어든 징과 돌의 노래, 헌데 1권이라니, 끝이 아니라니....

첫장을 넘기고 서경천도, 묘청, 김부식, 정지상 등 익숙한듯 낯선 고려인들을 만나며 밑줄 그어가며 달달 외던 그 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그동안 조선의 왕들을 만나고 그들의 비를 만나고 그들의 아들과 며느리와 손주와 손녀를 만나며 흐릿해지던 고려가 돈후, 운요, 운, 나란과 함께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반상의 질서가 입는 옷 색깔마저 정해버린 고려시대, 이름과 표찰만으로 검문검색 없이 무사통과 가능한 신분이나 메울 수 없는 헛헛함으로 구멍난 가슴을 숨긴 돈후가 온요를 만나 눈으로 거친 손을 잰 발길을 쫓으며 마침내 마음에 담아버린 날...

떠르르한 집안에서 영특함을 타고나 천재 소리를 들으나 삶의 목표가 없어 이리저리 부유하던 운이 정처없이 떠돌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새벽 어스름에 알듯 모르듯 스민 안개가 걷히는 한 줄기 햇살 같은 운요를 찾아 다시 돌아왔다 고백하던 날...

가족을 잃은 원한을 품고 홀로 떠돌다 운곡 선생의 뜻을 쫓아 운요와 함께 아픈 이들을, 굶주린 이들을, 핍박받는 이들과 함께 꿈을 꾸던 나란이 운이 건넨 비녀 하나에 어쩔 줄 모르던 운요의 발갛게 물든 얼굴에 애써 웃음 짓던 날...

산을 오르내리며 약초를 캐고 약을 달이고 밥에 짬에 쉴 새없이 움직이며 산채식구들을 건사하던 운요가 새벽 어스름이면 문득 떠올라 또 한 번 생각하다 이내 한 숨 짓고 돌아서다 마주친 운을 눈에 담은 날...

엇갈린 사랑이라는 부제처럼 1권에서는 돈후도, 운도, 나란도 운요와 확실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사연은 제각각이나 운요라는 여인을 마음에 담아버린 세 남자들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얼핏 개인적인 일탈로 보여지는 돈후와 운의 사연이 어떻게 풀릴지 진심으로 궁금해지기도 한다. 

1권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이들의 마음이 사랑이 고스란히 남는다.

설익은 마음으로는 알 수 없는, 잡고자 하였으나 잡은 것이 없어도 헛헛하지 않는 것...

로맨스는 이래서 맛있는 거다. 징과 돌의 노래는 사랑이다.

"평생을 비우고자 하였으나 너만은 오롯이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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