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가 시인 거 같다.. 언어마다 뉘앙스와 표현력이 다르므로 작가의 정서를 완전히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가 영어로 쓴 시를... 작가 본인이 아니라 다른 이에 의해 번역했다고 해서... 왜 작가가 번역, 아니 우리 말로 고쳐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가에 의해 번역된 시여서 그런지... 원래부터 그런 투였는지 알 수 없지만.... 외국 시인들의 시를 읽는 거 같았다... 1930년 생인 작가는 어찌 보면 근현대에 걸친 격변의 한국을 몸소 체험한 세대이고... 오랜 외국 생활에서 오는 향수... 여기에 철학을 전공한 것 답게 바르트와 샤르트르와 친구로 지낸 것 답게 시가 전반적으로 지극히 사유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치 프로스트, 보들레르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꾸밈보다는 작가의 지식과 경험을 그대로 풀어낸 시들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시를 다시 들춰보는 느낌도 들었지만... 작가의 삶에 대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가 묻어나는... 되새겨 가며 읽을 만한 시인 것 같다... 작가가 번역가에게 맡기지 않고.. 그 당시의 감섬을 우리 글로 써내려 갔다면 어떠한 시가 됐을까 하는... 미련 아닌 미련이 생기는 시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