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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아고라 - 조선을 뜨겁게 달군 격론의 순간들!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토론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고대 그리스의 집회장 '아고라'에서 따왔다는 책제목..
촛불집회로 널리 알려지고 정부의 표적이 되고 있는 다음 아고라...
얼마전 토론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토론이 이루어지려면
기본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자신과 같은 의견이면 힘을 실어주고
다른 의견이면 설득력 있는 논조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 반론을 꺾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선 왕조는 왕의 나라였던 시기와 신하의 나라였던 시기가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룬 태조, 태종, 세종, 현종, 정조...
윽박질러 자신의 생각을 관철한 태조와 태종...
신하들이 왕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든 세종과 정조...
힘없이 신하에게 휘둘렸던 현종...
조선 왕조가 한성, 서울을 수도로 삼기까지 태조와 태종이 신하와 벌인
해프닝이라 할 수 있는 토론 아닌 토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학대사는 한성을 수도로 정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누구도 한성으로 천도하고 싶지 않았고 개경에 머무르고 싶어했으며....심지어 태종까지도..
헌데 태종이 태조에게 잘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한성을 수도로 삼았다는 좀 황당하면서 어이없는,
태종과 태조의 무대포 밀어붙이기의 결과라는 웃지 못할 과정들이 웃을 자아내게 한다.....
세종의 공법논쟁, 정조의 문체반정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사건(?)이라 할 수 있지만..
세종과 정조의 성격과 통치 철학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주제인 것 같다...
거의 20여 년을 끈, 옳은 것은 시간이 걸려도 상대방이 반론을 할 수 없도록 준비하고 준비하는.. 세종
역시 세종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하고...
개혁적인 왕으로 알려진 정조의 보수주의적인 성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문체 반정...
정조에게 이러한 면이 있었나 싶어 신선하기까지 한...
익히 알고 있듯이 세종과 정조가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신하들에게 모범을 보였기 때문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세종과 정조가 같은 학자형 군주인데,
창업주의 손자이자 셋째 아들로 고이자란 세종이 나이가 들어도 여유있고 천진한 구석이 있지만,
어린시절부터 세파에 찌든 종갓집 22대손 정조는 짊어진 업보가 너무 많아서인지
몸을 움크리고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 같았다는 작가의 글과 같이
같은 거 같으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두 왕의 일의 해결 방식이 흥미로웠다...
유교에서 보면 펄쩍 뛸 일이지만 어찌보면 조선왕조에서 가장 하찮은 주제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현종 시기의 예송논쟁은 이 책의 내용 중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접한 이야기이다.
예송논쟁은 신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왕이 중심을 못지키고 흔들리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개혁을 외치던 야당 사림이 정권을 잡아 보니 그들이 믿어왔던 이상을 실현 시키기 쉽지 않자
이도저도 아닌 배가 산으로 가버리게 만든 예송논쟁...
현대의 우리 정치도 야당이었던 전라도 기반 세력이 10여 년 간 정권을 잡고도..
이전 여당이 하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을 지지세력의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힘없는 현종과 같은 위치의 대통령들이었다며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읽어버린 10년을 외치며 등장한 현 정권이
세계적 경제불황과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 아닌 거부를 하며 사면초과에 빠진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진정한 아고라, 국민과의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논쟁의 선정이 너무 작가 주관적이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