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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그래요 저 그놈이랑 잤어요!!!
서른이 넘은 세상 중력에도 이런 성장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아련한 10대 적의 첫경험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닐런지......
소시적에 멋 모르고 사고친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이 책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를 읽는 내내 주인공 디에나가 외치는 함성에 가만히 귀를 귀울이며 자신의 경험에도 비추어 보았으리라 예단해마지 않는다. 내가 이랬거던, 딱 내가 그랬거던 하면서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죄다 자식들의 실수 하나쯤 대범하게 웃어 넘기지 못하고 가족의 화목을 해치는 존재로만 생을 연명해야 하는 것인지를 질타하며 그때는 진정 몰랐거던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철이 들면 자연스레 알게되는 것도 아니란 걸 이 책 저자인 세르자르는 말하고 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불문곡직하고 내 한 가지만 이 서평을 읽는 독자 제현에게 묻겠다.
당신은 지금 대한민국의 10대로 살아가는 소녀이고 남자친구까지 있는 아주 평범한 부모를 둔 가정의 딸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지극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그 남자친구는 요즘 사춘기의 질풍노도에 빠져 당신이라는 소녀보다 당신이 지닌 육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달라, 특별히 이뻐." 하면서 당신의 젖은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감미로운 말을 속삭인다. 그러더니 한 손으로 어깨를 슬며시 끌어당기더니 입맞춤을 한다...
당신은 나이가 어렸고, 순수하게 남자친구를 좋아했고 그런 나머지 가벼운 스킨쉽은 물론 입맞춤 정도는 스스로도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원했던 바이었고 자연스레 당신도 입술을 마주한다.
달콤하다. 감미롭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 한번 할래?" 그 말에 그제야 당신은 덜컹 겁이 난다.
거기에서 멈췄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원망하거나 그 이성교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의 부모들도 그 쯤은 애들이라면 하고,,, 그냥 듣고 넘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젖무덤을 남자친구의 손가락 침공을 허용했음은 물론 거웃까지 허락하고야 말았다.
,,,당신은 그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남자친구에게 늘 착하고 귀여운 소녀였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비쳐져야 하고
그렇기에 내심 거부하고 싶은 맘은 들었지만 순순히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 일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질까봐, 그 일 때문에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될까봐. 온갖 상념들을 끌어안은 당신은 차라리 몸을 허락하는 편이 편하다고 생각했을 뿐인 것이다.
,,,원치 않은 임신을 생각하면서도 피임 어쩌고 하는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제서야 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이 책은 바로 이런 책이다.
그 작은 선택 하나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혹은 집안의 화목을 해친 존재로 소녀는 부각된다. 이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관계로 얽혀진 이 사회는 그런 추문을 퍼트리며 급기야 당신이 마시는 공기, 이동하는 모든 공간으로부터 당신을 '헤픈소녀' 로 매장시키려 한다.
당신은 어느새 아주 그저 주는 헤픈 아이가 되어 있었고, 어딜가나 그 한 번의 선택으로 그 업보를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랬기에 당신은 더 꿋굿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어차피 질 나쁜 아이로 낙인찍힌 마당에 일자리를 구하면서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었고 애인이 있는 남자친구란 걸 알면서도 빼앗으려고도 한다.
그래서 자신이 안고 사는 고통을 조금이나 덜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스스로를 더 죄는 족쇄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슬프다. 당신은 슬프다. 울고 싶다. 운다.
눈물이 난다. 눈물이 흐른다. 당신은 혼자 잘도 울고 혼자 일기를 쓰며 달래본다,,,,,,
"나 그놈이랑 잤어!" 하고 아버지에게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내 보려고도 한다.
누구나 바꾸고 싶은 작연 사연이나 고민 속에,,,
이 책의 주인공이자 10대소녀인 디에나의 입을 빌어 작가 세르자르가 하고 싶은 말은 ,,,
미안하다고 말하고, 괜찮다고 말하고,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끌어 안는... 그것은 당신과 내가 매일매일 마주하는 소박한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라고 말하는 건 아닐지 촌평해 보며,,, 경건하게 이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