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뒹굴 총각이 꼰 새끼 서 발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8
오호선 글, 유승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뒹굴뒹굴 총각이 꼰 새끼서발>을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구조가

<좁쌀 한 알로 장가든 총각>과 많이 비슷했다.
후자가 좁쌀 한톨을 가지고 길을 떠난 총각이 결국 색시를 얻어 장가를 가게 되는 내용이라면,
전자는 새끼서발을 가지고 길을 떠난 게으름뱅이 총각이

예쁜 색시를 얻어 장가를 가게 되는 내용이다.

뒹굴뒹굴 밥 먹고, 똥누고, 놀고 잠자는 게으름뱅이 총각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새끼서발을 꼬다가 어머니에게 내쫓김 당하는데도
웃으면서 "어머니, 이다음에 만나요"라며 새끼 서발 들고 길을 떠난다.
새끼서발은 동이로, 그리고 동이는 쌀 서말로, 쌀 서말은 죽은 나귀로,
죽은 나귀는 산 나귀로, 산 나귀는 죽은 색시로, 죽은 색시는 산 색시로,
그리고 산 색시로 소 두마리에 돈까지 가득 얻게 되는, 새끼서발로 행운을 얻는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다음은 무엇으로 바꿀까라는 궁금증까지 더한다.

 

새끼서발이나 게으름뱅이총각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영원히 쓸모가 없어보이는 그 새끼서발은 누군가에겐 필요한 물건이 되어
서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계속 반복된다.

상대방이 물건을 바꾸자는 말에, 자기 손에 있는 것과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비교하지 않고
'바꿔요 바꿔요, 좋아요 좋아요'를 외치며 웃으면서 주저없는 내어주는 총각.
죽은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없다.
나귀가 죽었다는 사실보다는 엉덩이가 통통하다, 색시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얼굴이 하얗고 머리가 까맣다는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본다.
이런 낙천적인 그의 성격 덕분에 걱정이 없으니 늘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 보는 이도 즐겁다.
이젠 글의 도입부에 설명된 뒹굴뒹굴거리는 총각의 모습이 게으름뱅이보다는
불필요한 걱정을 안하고 밝은 성격을 가진 소유자가 아닐까 싶기까지 한다. 


'뒹굴뒹굴', '간다령 간다령 ***들고 간다령' 등 계속되는 반복문장과 단어,
그리고 단순한 이야기구조로 의성어와 의태어들이 입말체들에 재미를 더한다.
먹그림은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익살스럽게 등장인물들을 먹선으로 표현하고 밝은 색채를 입혀서
이 옛 이야기를 더욱 명랑하고 유쾌하게 만든다.

 

얼마전 채근담의 '미소'라는 글에서 웃는 얼굴에는 복이 온다고 하고,
찌푸린 인상엔 무슨 좋은 일이 따르겠는가?란 문장이 떠오른다.
아주 간단한 진리인데, 우린 왜이리 어려운걸까?

매사에 낙천적이고 명랑한 주인공을 보면서
글을 읽는 우리아이에게도 그 행복한 기운이 전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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