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좋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1
고대영 글, 한상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원이와 병관이'시리즈로 유명하신 고대영선생님의 <누나가 좋다>.
표지의 발버둥치는 남자아이 그림을 보자마자 웃음부터 절로 나와요.
전 처음에 반어적 의미의 '누나가 좋다'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정말로 누나를 좋아하는 이야기더군요. ^^ 누나와 동생간의 일상이야기를 동생의 시각에서 그린 <누나가 좋다>는
우리 남매의 현재 이야기이기도 하고 훗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더 눈길이 갑니다.


언제나 누나가 함께여서 즐거운 동생, 누나랑 노는 게 가장 재미있는 동생.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으면 누나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동생.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그릴때 아이같은 엄마처럼 표현한 누나를 그리는 주인공을 보면서
누나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같이 모든 걸 받아주고 감싸안아주는 그런 존재...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내기에서 누나를 이기고 싶어하며 티격태격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어느날 가족과 함께 간 목욕탕에서 남탕, 여탕 헤어져 들어가 목욕이 재미없어지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각방을 쓰게 되면서 잠이 오지 않고,
누나가 시집가는 꿈을 꾸면서 엉엉울며 누나는 시집가면 안돼라고 말하는 동생.


만화의 한장면 같은 말풍선같은 장치들이나 과장된 감정의 그림들이 이 책의 재미를 더합니다.
게다가 엄마아빠의 결혼전 이야기들은 오래된 사진들을 파노라마처럼 나열하여 얼마전 본 한국영화의 한 장면들과도 오버랩이 되네요.
 

<누나가 좋다>를 다 읽고나면 이미 성인이 된 주인공이 누나를 떠올리며 추억하는 옛 이야기 같은 느낌이에요. 본인 월령에 맞는 장난감을 쥐어줘도 항상 오빠를 따라다니며 노는 게 가장 재미있는 우리 둘째가 떠오릅니다. 뭐든 오빠따라하고, 오빠가 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고,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오빠부터 찾는 딸이지만 때로는 오빠에게 지지않으려고 대들기도 해요. 그래도 밖에 나가면 서로 둘도 없는 남매이기도 하지요.


큰 아이와 동생이 생겼을 때 감정을 다룬 그림책은 많이 보았는데,
동생 입장에서 동기간의 이야기를 그린 건 처음이라 이 책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큰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게 되면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고 자신이 받던 사랑을 전부 빼앗긴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죠.
저도 큰 아이에게 동생이 생겼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이 대화하고 아이의 기분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아이가 오빠의 역할을 잘해냈을 때 칭찬하여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한다. 거부감없이 오빠의 역할을 배울 수 있도록 신경썼던 기억이 나요.
태어날 때부터 오빠라는 존재가 있었던 우리 둘째에겐 정작 어떤 감정에 엄마가 신경을 썼나 문득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빠가 된 아이에게 동생을 잘 보살피는 역할을, 동생은 오빠를 잘 따르는 역할을 알려주긴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빠니까 양보하고, 동생이니까 오빠말을 따르라는 압묵적표현은 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구요.
이 책을 큰 애와 함께 읽으면서 누나나 형이 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네요.
동생이 있어서 함께 놀 수 있으니까 굳이 형이나 누나가 필요가 없대요.  ^^


부모에게서와는 또다른 의지를 하는 동기간이 자연스럽게 독립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낸 <누나가 좋다>.
혼자였을 때보다 누나/형이 있어서, 또는 동생이 있어서 더 좋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