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을 걷는다 - 내 안의 빛을 밝힌 770킬로미터의 기록
조태경 지음 / 북센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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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아름답다. 가꾸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 꿈과 낭만과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예쁜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청춘은 아픔이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와 좌절 때문이다.
저자는 20 청춘에 심한 가슴앓이를 겪다 산을 좋아하게 되고 전문 등산가의 길을 택하게 된다. 23살에 한국 산악회가 주최하는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바기라티 4봉 세계 최초 등정을 목표로하는 원정대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최일선 공격조에 속하여 정상을 향한 루트를 개척하다 눈사태로 조난을 당한다. 2인1조의 짝궁 친구 환영이를 눈 속에 묻어 둔체 철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상사를 겪으며 이 조난사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환영이가 계곡을 휩쓸고 내려오는 눈사태 앞에서도, 당시 목에 걸고 다니던 주머니칼로 나와 연결된 자일을 먼저 끊었다는 말이다. 만약 그 자일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나도 환영이처럼 고스란히 육중한 눈덩이에 맞아 즉사했을 것이다."
저자는 귀국 후 6개월 동안 두문불출하며 고뇌와 번민에 시달리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히말리야 설산에 묻힌 환영이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의 새로운 삶을 열어가기 위해 '백두대간 단독 종주'를 결심하게 된다.
부산 금정산에서 출발하여 낙동정맥을 거슬러 백두대간 두타산, 대관령, 설악산 대청봉을 경유하여 진부령까지 770km를 49일에 단독 종주하는 계획를 세운다. 그 등반 여정을 다큐맨터리로 역어낸 책이 "나는 산을 걷는다"이다. 글이 간결하면서도 속도감이 있어 박진감이 넘친다. 저자의 글을 직접 만나보자.

"계획대로 끝까지 완주해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겠다는 나의 확고한 의지는, 또 다른 삶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음에고,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주변 눈치만 살피면서 살아왔던가. 나는 이번 백두대간 순례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리라."

순례 41일째 "추위 때문에 여러번 잠에서 깨어 고통스런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뒤척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일어나 버너를 켰다. 아직 밖은 어둠이 짙었다. 어두운 밤의 추위가 사라지려면 날이 밝아야 할 텐데, 아직 밝으려면 한 참을 기다려야 했다."

"고독 대신 나는 비와 바람의 친구가 되었고,
달과 별, 산새들과 벌레들의 친구가 되어.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더는 고독으로 아프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내게 주어진 운명과 그 고통을 받아드리며 용서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던 49일, 이미 환영이는 내게 응답했다. 다 괜찮다고, 수고했다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용서를 구할 만한 행위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봉 선생님의 말씀은 달랐다. '누구든지 자기 마음을 열면 지금 이 순간 여기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고 했다. 행복이란, 찾아 헤매는 어떤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 내가 이토록 무모하게 걸어왔던 것도,
바로 내 자신을 찾기 위함이었다.
나는 결코 헛되이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간결하며 박진감 넘치는 문체와 산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독자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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