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에서 John Milton at 400 전시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인상을 간직하기 위해 가져온 팜플렛을 다시 돌아보니 새롭다. 수많은 이들에게 지적, 감성적 영감이 되어온 열정가 밀턴의 삶과 영향에 대해 돌아보는 책들을 그 때의 팜플렛에서 찾아 옮겨본다.   

  

 

 

 

 

 

 

  

1. 영생 (A Life Beyond Life) 

1608년 12월 9일 런던 출생의 존 밀턴은 영국 교회에서 출세하도록 양육되었으나, 찰스 1세의 권위주의에 대한 공화주의적 관점을 확립한 그의 열정으로 성공이 쉽지 않게 된다. 라틴어, 그리스어는 물론 다른 유럽의 속어들에 밝았던 그는 다양한 종류의 서정시, 산문, 서사시 등을 쓰기 시작했고 1930년대 후반에는 여러 인문주의자들과 교류했는데 그 중에는 천문학자 갈릴레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열정은 이후 작문에 머무르기보다 정치적 영역에서 분출했는데, 밀턴은 당대 정치적 논쟁 속에서 적극적으로 팜플렛을 작성하는 데 힘썼다. 왕권에 저항하는 혁명적 명분에서 펜을 든 밀턴의 현실정치상 노력은 1660년 왕정 복위로 좌절한다. 그의 역작 <실낙원>은 이러한 현실정치적 열정이 좌초한 상황에서 나온 역작이다.  

성서를 하나의 극적인, 상상의 텍스트로 읽도록 만들어준 밀턴의 <실낙원>은 그의 선대인 오비드, 셰익스피어, 스펜서, 호레이스 등과 같이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며 지적 관심을 펼쳐온 열정가의 고전과 당대에 대한 비평이 되었다. 그는 고전은 물론 당대의 여러 저작에 능통했고 성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통한 새로운 성서적 텍스트를 선사했다. 또한 그의 서사시는 현실적이고 비관적이며 밀턴 스스로 헤쳐온 정치적 풍랑의 번뇌와 회복하지 못한 이상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다. 콜레리지는 밀턴의 삶과 실낙원에 대해 "그는 모든 진실로 위대한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의인이었다. 종교에서든 정치에서든 사회에서든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그는 자신 안에 있는 빛과 살아있는 정신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초월적 이상에 대한 기록을 최대로 발현함으로써 세계에 복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2. 낭만주의자 밀턴 (Romantic Milton)  

낭만주의 시대에 밀턴의 위상은 빛을 발한다. 그는 시인을 넘어 혁명가이자 선지자로서 새로운 세대에 하나의 이상형으로 그려졌다. 예술적 창조물을 예술가 자신의 표상으로 보는 낭만주의적 사고는 밀턴을 연상시킨다. 스스로를 하나의 "진정한 시"로 바라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이라는 것이 밀턴의 말이다. 블레이크와 셸리, 워즈워스부터 메리 셸리에 이르기까지 밀턴의 낭만주의적 영향이 투영된다.  

 

 

 

 

 

 

 

 

3. 밀턴의 영향 (Modern Milton)

찰스 다윈, 말콤 엑스, 헬렌 켈러에 이르기까지 밀턴의 영향은 현대에도 지속된다. 20세기 전반에 모더니스트들의 밀턴에 대한 학문적 평가는 냉담했지만, 1930년대에 이르러 최근까지 밀턴은 다시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고 영감을 주고 있다. <데블스 애드버킷>의 알 파치노가 브루클린 액센트에 악마적인 변호사 "존 밀턴"을 연기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들 중 하나라고 하니 더 재미있다. 몇 가지 최근에 나온 밀턴의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의 목록이다.  

 

 

 

 

 

 

 

 

4. 음악에서의 밀턴(Musical Milton) 

특히, 음악에서 밀턴의 시가 많은 음악에 영감을 주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서정시, 서사시의 가사들이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창작의 바탕이 된 덕택에 밀턴의 사상과 영혼을 음악으로 다시 들을 수 있는 것도 기쁜 일이다. 프레드릭 헨델의 1742년 오라토리오 <삼손>에서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서로의 신의 덕성을 찬양하는 장면에서, 요셉 하이든의 1798년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성서의 "창세기"와 "시편"과 어울리며 밀턴의 시가 사용되었다. 크리스토퍼 프라이(Christopher Fry)의 리브레토에서 신의 목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또 다른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인물은 밀턴이다. 프라이는 그의 오페라를 홀로 있는 밀턴과 그가 속해있는 스테이지의 어둠으로부터 시작한다.  

 

밀턴의 생애와 그 영향을 돌아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격렬한 열정과 비탄, 고전적 스타일과 덕성, 고결한 의무와 영생에 대한 지향. 밀턴의 <실낙원>을 다시 펼쳐보고 새롭게 찾게 된 다른 작가들의 글 속에서 밀턴도 느끼고 싶어졌다. 그를 생각하며 작곡한 음악들도 들으며..   

 

 

 

 

 

 

 

 

 

 

p.s. 밀턴은 늘 악마적인 것들과 연관되어 단테의 지옥편도 연상된다. 서양에서 그들이 믿든 믿지 않든 늘상 따라다니는 기독교적 세계와 생활, 그리고 그러한 신앙에 도발하고 또 돌아오고 다시 부정하는 생각의 흐름들을 따라가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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