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숲으로 노란상상 그림책 90
양양 지음 / 노란상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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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초록, 여유, 햇살, 하늘... 그리고 꿈틀대는 온갖 생명이 떠올라요. 표지의 저 아이처럼 뜨거운 해를 가리기 위한 모자와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 숲을 거닐어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저 숲 말고 도시의 빌딩 숲에서 생활해요. 이 책의 아빠도 빌딩 숲에서 생활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 책은 빌딩 숲에 있는 아빠와 초록 숲에 있는 아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리고 왼쪽은 아빠 시점, 오른쪽은 아이 시점이에요. 도시와 자연의 숲이 판심을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선이나 색, 배경이 짜임새 있게 연결되어 있어서 도시와 자연의 대비를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합니다.


이 책은 아침에 눈을 뜨며 시작됩니다. 아빠는 도시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아이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뜹니다.

저는 도시에서 생활한 지가 오래라, 아빠에게 바로 이입이 되더라고요. 눈 뜨자마자 씻고 서둘러 집을 나서 회사로 향했던 예전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어요.




정해진 길로 빠듯하게 일을 해야 하는 아빠에게 아이의 대꾸는 생기를 불러 일으켜요. 아이는 천천히 걷고 강가에서 물고기와 놀고 숲 냄새를 맡기도 하고 새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렇게 다른 각자의 숲에 있는 둘이지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만은 꼭 닮았어요.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아빠와 딸의 서로를 향한 애정이었어요. 짧은 문장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듯 이어져 있는데, 여기에는 서로의 공간에 대한 판단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저 인정과 걱정, 위로와 애정이 깃들어 있어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너의 숲으로'라는 말이 제 안으로도 들어와 저도 어딘가의 '너의 숲'으로 가고만 싶습니다.

여러 번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등장 인물인 아빠와 딸이 실은 한 사람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시의 나'와 '내면의 (숲으로 향하고 싶은) 나'일 수도 있겠죠. 내가 향하고 싶은 나의 숲, 나의 공간, 나의 풍경이 이 책의 이미지를 빌려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https://blog.naver.com/thereader987/222892383274


내 작은 배는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아빠, 내가 이다음에 꼭 태워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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