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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을 시작합니다 - 소리 내어 읽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문선희 외 지음, 수신지 그림 / 페이퍼타이거 / 2023년 9월
평점 :
소리 내어 읽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낭독을 시작합니다
낭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딘지 나는 내 목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얼굴이 달아오르다못해 터질 것 같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루종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글을 소리내어 읽는 것에는 유독 부끄럽다.
그렇지만 나는 책 낭독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은 있었다. 오디오북이나 유튜브에서 책읽어주는 채널 등을 보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발음도 안좋고, 성격도 급해서 긴장한 채로 엉망으로 읽을 게 뻔하지뭐, 이러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책 제목을 보고, 해보고 싶었던 거였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이 책을 골랐다.
색깔있는 성우 7인의 <목소리 · 말 · 마음>
7명의 성우들이 쓴 이 글 속에는 낭독을 왜 시작해야하는지, 낭독의 매력, 그리고 낭독을 즐기는 방법들, 올바른 소리내는 방법뿐 아니라 성우들의 이야기들도 같이 녹아있었다.
일단, 낭독에 관한 책이라 그런지 아니면 글을 말로 표현하는 직업군의 특성인지
책의 글자크기가 비교적 크다. 그리고 소리내어 읽어도 부담이 없는 글의 길이와 리듬이 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편안하게 쉽게 읽힌다.
낭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나는 내가 부끄럽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낭독을 하고 싶은데 초등학생이 국어책 읽는 것 같이 읽어내려가거나 몇 문장 읽다가 제풀에 지쳐버리는 순간들.
그래서 이왕이면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사실 이 책을 펼쳤다. 그래서 그 낭독의 소소한 팁, 그리고 낭독에 대한 생각들은 다시 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낭독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읽어가다보니 낭독을 시도하다보면 나는 나랑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것은 어떻다 표현하거나 수긍하긴 했지만 정말 오롯이 나와 내 내면의 목소리는 아직도 친해지지 못했고, 그만큼 여유있게 깊게 느끼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서 어쩌면 낭독 연습을 하면서 조금은 나에게 위로가 되는 나를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중간중간에 이렇게 QR코드가 있다.
이 코드를 핸드폰 카메라로 인식해보면 유튜브로 연결되는데,
예시문장을 읽어주기도 하고, 책의 해당 부분을 낭독해주기도 한다.
막연히 그런 느낌이려나 하고 머릿속으로 읽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의도한 음성을 듣는 것은 꽤 많은 차이가 있어서 직접 들어보기를 추천.
오감을 여는 낭독 부분을 읽다가는 10대시절 벼락치기 공부하던 것이 떠올랐다.
시간은 부족하고 재미도 없어서 일부러 책을 소리내서 읽고 녹음을 했다. 다음날 아침에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며 학교에 걸어갔었는데 그 시험 점수는 꽤 좋았던 기억이어서 이 부분 만큼은 내가 이 감각은 잘 알지 하면서 공감을 하기도 했다.
책 중간에 소중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방법, 그리고 세계의 유명 성우들에 대한 부록페이지?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읽다가 목소리 일기라는 아이디어에 혹했다.
사실 무심코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 그 순간의 감상들을 그냥 속으로 생각하다 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기를 쓴다해도 그날을 온전히 돌아보고 떠올리기에는 매번 잊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았는데, 어쩌면 목소리 일기를 남기면 조금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
사진이 아닌 부모님과의 통화 목소리를 저장하는 것 역시 어쩌면, 사진보다도 더 선명하게 그 순간의 기억과 마음과 음성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언젠가부터 목소리를 내는 것도, 통화를 하는 것도 잘 하지 않게 되고
카톡과 같은 메신저 대화가 편해지면서 내면의 소리를 내는 것도 점차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록 방법이나 하루를 시작하면서 좋은 글귀나 말을 낭독하는 루틴을 갖는 것도 좋겠구나 생각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보듬을 수 있겠구나 싶었달까.
치유하는 낭독 부분에서는 진짜 내 목소리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따라하기 쉬운 워밍업들이 나와있다. 호흡과 공명 등을 직접 해보고 느껴볼 수가 있는데
조금씩 계속 따라해볼 생각이다. (여전히 나는 내 몸의 사용설명서를 잘 모르는 느낌이라,
이게 맞는 건가? 의문을 갖지만 조금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잘 하실듯.)
보다 전문적인 느낌의 북내레이터. 사실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인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이런 것마저도 가능할 수 있구나 정도로 생각을 멈췄다.
그렇지만 그저 나와 책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란 문구에서처럼 가볍게 시작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 나의 온 몸의 감각을 이용하여 책을 읽어나가는 일.
그리고 그 감각을 오롯이 내 마음으로 와닿도록 느껴보는 일.
조금 느리더라도 서툴더라도 새해에는 한 번 도전해볼까 싶어졌다.
'어쩌면 정말 내가 잃었을지도 모르는 삶의 균형을 낭독이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조금 가져보기로 했다.
낭독을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면 이 책을 읽고 부담없이 즐겁게 시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