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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필림의 손글씨 수업 - 악필 교정부터 개성 있는 글씨까지
박민욱(필림) 지음 / 비타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전만큼 펜이나 연필로 무언가를 쓰는 일 자체가 많이 드물어졌다.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는 일이 더 친숙하고, 핸드폰으로 카톡이나 문자를 하는 일이 더 익숙한 시대.
그러다 문득 글씨를 쓸 때면 갈수록 글씨를 왜 못쓰는 거지,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손글씨를 잘 쓰는 사람, 노트 정리하고나면 깔끔한 사람이 부러웠다.
그리고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캘리그라피로 멋지게 문구를 써보고 싶은데 캘리그라피 이미지를 보고 따라 써봐도 내 글씨는 어딘가 어설픈 느낌. 오롯이 그 문구와 글씨체가 어우러지는 느낌이 아니라, 흉내낸 느낌. 그마저도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그마저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늘 마음에는, 나도 글씨 잘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폰트처럼 정갈하게 쓰인 글씨체를 보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막연히 정성껏 쓰는 연습을 하면 나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연필을 쥐는 법과 손을 푸는 연습으로 시작되는 이 책에는 단순히 깍두기 노트로 되어있지 않다.
큰 네모 안에 십자모양의 점선. 어릴 적 한글을 배우며 썼던 노트가 문득 떠올랐다. 자음은 어느 위치에, 모음은 어떻게 쓰며, 한글의 조합이 어떻게 되는지를 배워가던 기억. 그리고 오른손 중지에는 아직도 굳게 박혀있는 굳은살.
단순히 많이 썼으니까- 했는데, 어쩌면 연필잡는 데 바른 자세가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에는 주요 모음, 주요 자음 연습, 그리고 글자 조합 연습으로 받침 없는 글자, 받침있는 글자 조합, 네 글자 단어 연습. 짧은 문장 연습, 두 줄 이상 문장 쓰기, 종합활용 등으로 나아간다.
오랜만에 잡은 연필에 친해지도록 굳어있는 손풀기부터 필사까지, 하루하루 점차 나아지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글쓸 때 하는 실수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는데, 글씨의 기본은 적절한 비율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예시 단어 옆에는 흐릿한 회색 글자로 따라쓰게 하고, 옆에는 스스로 써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책에 그대로 연습하면서 익혀나가기에 적합한 듯.
매일 전날에 대한 복습도 간단하게 하고, 칸에 맞춰서 정성스레 글씨를 따라 쓰다보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비율도 엉망이지만 차차 나아지는 느낌이다. 일단 주로 실수하는 것들에 대해 잘 알려주는 점이 꽤나 맘에 들었다.
연필을 오랜만에 꺼내어 글씨를 연습한다고 썼을 때에는 손가락과 관절에 힘이 너무 들어가기도 하고, 손이 풀리지 않아서 여기저기 뻐근하기도 했다. 그래도 며칠 따라해보니 손은 조금씩 풀리긴 한다. 하루 아침에 막 좋아지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확실히 손글씨가 전보다는 정갈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든다.
손글씨가 악필이거나 정돈된 글씨체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꾸준히 연습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