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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정치의 위기, 90년대생의 정치질 - 노무현재단 청년 황희두 에세이
황희두 지음 / 포르체 / 2023년 5월
평점 :
<온라인 전문가의, 온라인 심리전 대응 보고서>
□ 왜 좋은 정책 능력을 갖고도, 비난을 들어야 하나?(부제 : 가랑비 적시듯)
이 책은 온라인 전문가의, 온라인 심리전 대응 보고서라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각종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저자가, 지난 10여년 동안 직접 온라인 환경을 접하고, 고민해본 결과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원래 프로게이머를 준비해 1군 무대에 데뷔까지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익명으로 털어놓는 키보드 워리어의 모습도 띠고 있었다고 한다. 늘 온라인 세상을 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겪으며, ‘욕망’과 ‘혐오’를 활용하는 심리전의 달인들이 있다는 걸 차츰 인지하게 된다.
이 심리전의 달인들은, 크게 분류해보면, 이른바 기득권 카르텔 내에서 활동하는 일종의 대리인(agent), 대행사(agency) 같은 존재들이다. 세(勢) 몰이 전문가들이요, 각종 정치 issue의 최전선에서, 사안별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술수(術數)에 통달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역사에서 책사(策士)로 유명했던 진평(陳平, 중국)이나 한명회(韓明澮, 조선) 같은 사람들이, ‘늘’ 혹은 ‘드러내놓고’ 꾀주머니 같은 면모를 보인 건 아니다. “천리 밖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찬사를 받은 장량(張良, 중국)은, 신출귀몰한 방법을 쏟아낸 게 아니라, 검증된 지혜를 가지고 대국을 살펴, 상황을 지극히 합리적으로 대처한 사람이었다.
저자가 제시한 온라인 심리전 사례 역시, ‘일상에서’ 친근하게 혹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에 정치적 메시지를 함의(含意)하여, ‘가랑비 적시듯’ 기득권 카르텔의 입장에 동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자칫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기 쉽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국 그 진의[진심]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여전히 통용되는 세상이기에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다수의 20, 30대 청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 지원을 표방했고
예1) 청년 기본소득 지급(보편),
예2) 기본주택 청년 우선 공급(보편),
예3) 청년 기본금융(보편),
예4) 학점[= 수강과목 수] 비례 등록금제(보편),
예5) 자발적 이직 시에도 1번은 구직급여 지급 등(보편)’
VS
국힘당이 취약계층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는,‘선별 지원’을 표방했는데도
예1) 청년도약보장금(취약계층 청년),
예2) 청년도약계좌(취약계층 청년),
예3) 원가주택(취약계층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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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의 20, 30대 남성 유권자들은, ‘여성부 폐지’ issue로 여론을 선점한 국힘당 후보(윤석열)를 선택했다.
- 선거 O개월 前부터 각종 남혐 issue와 image를 쏟아내고, 공식 선거운동(선거 1달전) 즈음 슬그머니 사라진, ‘온라인’ 여성 유권자들의 모습.
※ 극성 남혐 사이트였던 ‘메갈리아’는 문재인 정부측에서 접근 차단 조치를 했다.
어디선가, 국힘당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봐도 분노할만한 악녀(惡女)/무개념 여성들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도배.
이런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의 해프닝이 축적된 결과 → 20 ~ 30대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가랑비 적시듯’ 차츰차츰 국힘당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인과관계를 주장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어, 치열하게 고민하여 내놓은 정책들인데, 대중(大衆)들에게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외풍(外風)을 맞은 것이다.
2016년 Oxford 영어사전은, 객관적 사실보다 내가 느낀 감정이 우선시되는 ‘탈진실(post truth)’ 현상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美 보스턴 지역의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처럼 ‘탈진실(post truth)’이라는 단어를 천착하여 책(『탈진실[Post truth]』)을 펴낸 학자까지 나타났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보다는 왜곡된 정보를 접하는 일이 그만큼 많아지고, 그러한 허위 정보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 생색을 내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2023년 6월에, 주한 중국 대사에게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법무부장관(한동훈)의 모습과 VS 이재명 대표가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인사를 하며 고개가 숙여진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대조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보수지지층들이 이용하는 몇몇 커뮤니티에 유통된 적 있다.(Google 검색어 : <중국 조련한 센스 폭발 근황>).
사실 Google 등지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
① 재외동포분들의 대통령 선거 투표권이 확대된 건, 현 여권의(당시는 한나라당)의 집권시기(이명박 정부)라는 걸 알 수 있다.
② 그리고 법무부측이 재외동포 대선 투표권 중에서, 유독 중국 동포들의(약 10만 명) 투표권을 콕 집어 박탈하겠다는 행정 처리에 대해, 반중反中 정서를 지닌 국민분들 의견만 존중하는 듯한 모습을 우려하시거나, 그 의도와 부서장(한동훈)의 향후 정치 행보를 곰곰이 생각해보시는 분들도 나타날 것이다.
③ 더 나아가, 게시글에서 명분으로 내세운 ‘상호주의(相互主義)는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에서 북한과 평행선을 긋는 명분으로 줄곧 쓰였다는 걸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④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미국도 물밑에선 실익을 챙긴다" 또는 "중국 패배에 ‘베팅(betting)’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 발언한 대목에 주목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며,
⑤ 90년대 중반, 現 여권이 영공(領空) 일부를 중국에 양보했던 일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전혀 예상 못했던 일이라, 중국 측에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⑥ 2010년대 초반, 한-미 FTA 再협상에서 "놀라운 양보(by Wall street journal)"를 한 사실을 상기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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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조금만 찾아보고 확인해보면, 누구나 일의 자초지종이나 줄기를 추정할 수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얻고 판단하는 데 쏟을 수 있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 게다가 수많은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환경까지 감안하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국 그 진의[진심]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좋은 취지, 노력의 결과물(정책)을 홍보할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유능한 관종’이라는 표현이 나왔지만, 이는 과시하거나, 생색을 내는 게 아닌, ‘시대 변화상에 따른 필연적인 선택지’라고 저자는 힘써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기왕 홍보하는 것, 지혜롭게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주장하며, 그동안 고민한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① 요즘 청년들이 多매체, 多채널 시대에서 나고 자랐으며,
② 예전 국민 예능이라 불린 <무한도전> 프로그램 같은 공통 분모는 점점 줄어들고, 관심사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③ 때문에 청년들이 원하는 바를 ‘기민하게’ 파악하여, 맞춤형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우리를 위한 공약이 ‘제때’에 제대로 시행된다”는 등등의 메시지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게시물에 함의(含意)하여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경쟁자들의 방법론이라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0년대에 활동했던 권투선수 홍수환은, 훗날 4전 5기로 유명해진 시합을 앞두고, 자신의 Champion 벨트를 빼앗은 알폰소 사모라(Alfonso Zamora Quiroz) 선수의 체력 훈련법(‘통나무 장작패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팔 근력을 키웠다고 한다. 당시 경기 중계를 맡은 동양방송(TBC) 김재길 국장이 미리 사표를 써놓고 방송 편성을 했을 정도로, 다들 가능성 낮다고 본 시합을, 재기할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한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대응과 관련해 정치인에게 필요한 역량은 1) 빠른 issue 선점, 2) 공론화, 3) 해결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해서 복잡하거나, 기존 익숙한 방식과 다르다고 여기기 쉽다. 허나 동원 수단의 모양새가 달라졌을 뿐, 본질을 놓고 보면, 삼김(三金)이 활동하던 시절, 정치권에서 심리학자들을 동원한 **‘모욕주기 3단계’ 등의 수법들과 다를 바 없다. 외면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이다.
** 모욕주기 3단계
① 상대방의 권위를 훼손시킴
② 주변인들이 떠나게 만듦
③ 상대방을 고립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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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 옹호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내부 분열을 조장할 수 있게 됨. 뜻이 있는 사람도 눈치를 보며 쉽게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 됨. 추진 동력 상실
그리고 issue 대응 내용은 해당 내용을 일반 당원들과도 ‘널리’ 공유해, 이분들이 각자의 소통창구에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사상 첫 정권 교체를 이룩한 97년 대선 때, 민주당(이때는 국민회의)의 모든 당원들이, 경제 시사 관련 지식을 쌓은 모습과 흡사하다. 97 대선 때는 경제 문제가 중요한 issue가 될 거라 보고, 어디서든 자연스레 경제 문제를 쉽게 언급할만한 소양을 O개월 동안 꾸준히 쌓은 것이다.(출처 : 장성민, 김종혁 공저, 《김대중 다시 정권교체를 말하다(2012)》)
□ 마무리 하며
사실 이 책을 소개하는 내용 초점을, 오직 온라인 심리전에만 할애하는 부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저자가 지난 10여년 동안 방황을 딛고 진로를 탐색한 여정, 이 과정에서 책 읽는 재미/공부하는 재미를 들인 모습, 법(法)은 모르는 사람에게 불공정한 현실을 겪고난 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가려지는 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후감을 다루는 책에서 정석으로 권하는 방법론을 자연스럽게 취하게 된 모습을 보면서, 책 쓴 이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예) 독서한 내용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공유해보거나, 읽은 활자 내용에 기반하여,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기
저자가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과 접하면서 느낀 건, 어른들은 그저 저자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예뻐하고 환영해준다는 것이었다, 청년들의 삶을 돕고 싶어하는 기성세대들도 많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 소통을 돕고 밸런스를 맞춰주면, 서로를 이해하기 더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서예가 열암 송정희 선생이, 저자에게 청도(靑道)라는 호를 지어주신 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저자를 격려해주시고자 하는 뜻과, 대의(大義)와 명분(名分)에 부합하는 청의주(淸議主)의 역할을 기대하신 의미도 있을 것이다. 젊은 인재들이, 진흙에서도 연꽃을 피워낼 수 있는 지혜와 수완을 갖춰 나갈수록, 우리 사회의 큰 복이 될 것이기 때문. 젊은 세대분들께, 그리고 세대간에도 통할 수 있는 소통방법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를 기원하며, 이만 줄인다.